[이종우의 인사이트]청년 고통·좌절의 반영, '이준석 현상'

정치 / UPI뉴스 / 2021-06-05 17:27:05
한때 고등학교 졸업자중 80% 가까이가 대학에 갔었는데 지금은 72%로 낮아졌다. 우리나라처럼 교육에 목 매는 나라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다. 대학 재학 기간도 짧아졌다. 4년제 대학 평균 재학기간이 60개월로 2010년에 비해 3개월 가까이 줄었다. 이 모든 변화가 높은 청년 실업률 때문에 발생했다. 대학을 다니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에 비해 졸업 후 얻을 수 있는 효용이 낮다 보니 진학률이 떨어진 것이다.

앞으로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젊은 세대들은 다양한 카드를 가지고 대항할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것도 그 중 하나다. 혼자 살기도 힘든 상황이니 부양가족을 만들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일본이 대표적인 경우다. 30대 중반 연령에 있는 사람 중 결혼을 한 비율이 60%를 겨우 넘는다.

이태리와 스페인 같은 유럽권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해외로 나가버렸다. 4월에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10%를 기록했다. 젊은이 열명 중 한 명이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의 대졸 청년 취업률은 95% 이다. 시간이 지나면 97.5%까지 올라갈 거란 전망도 있다. 청년 취업자중 75%가 정규직이다. 일본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젊은 인력 부족을 한국에서 메우겠다고 생각할 경우 유럽 같은 인력 이동이 발생하지 말란 법도 없다.

몇 주간 '이준석 현상'이란 단어가 언론을 장식했다. 1940년대생이 중심이 돼 앞뒤로 10년간 출생한 사람을 끌어 모아 박정희대통령 시절 '공화당'을 자기 세대를 대변해줄 정당으로 만들었다. 1960년대생이 중심이 돼 1980년생까지를 끌어 모아 '민주당'을 자신들의 대표 정당으로 삼았다. 똑같은 현상이 MZ세대에서도 벌어진 것이다.

한 세대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시간적 한계가 30년을 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움직임은 언젠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하나 의외인 점은 MZ세대가 자기들을 대변해 줄 새로운 정치조직을 만드는 대신 기존 정당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만큼 지금의 결합은 불안정한 초보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다른 결합이 이루어질 텐데, 오늘 손잡았던 대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일 다른 결합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시도는 MZ세대 스스로 자신들을 대변해줄 정치 조직을 만들어 확고하게 자리를 잡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정치적 과정과 별도로 분명한 메시지는 남겼다. 젊은이들은 나이든 사람들에게 자기들을 과거 세대가 받아야 하는 연금을 내주는 사람으로 보지 말라고 얘기했다. 그들이 안정적으로 소득을 얻어 과거 세대의 연금을 내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달라고 강변했다.

스파르타가 망한 건 무력이 강한 소수에 나라를 의지하면서 젊은 사람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젊은이를 괄시한 나라치고 번영을 누린 곳은 없었다. 드디어 우리나라에서 그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앞으로 갈 길이 멀긴 하지만.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 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1962년 서울 출생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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