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단계 하청"…광주 건물붕괴는 '예정된 인재', HDC현산 뭐했나

경제 / 김이현 / 2021-06-10 15:10:35
작업자들 "원청-하도급-재하도급식 건물 해체에 투입"
"하도급 구조 내려갈수록 위험 전가…안전 무시 가능성"
시공사 HDC현산 "불법인 재하도급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건물이 무너지고, 다리가 끊기고, 공사장이 폭발하는 참사는 늘 인재였다. 인간의 탐욕과 자본의 논리가 '안전'을 뭉개고 효율과 속도만을 추구하다 참사에 이르는 경로가 판박이다.  

광주의 5층짜리 건물 붕괴 참사 역시 '예정된 인재'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청에,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후진적 탐욕의 고리가 참사를 야기한 근본 배경일 것이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권순호 대표이사는 "재하청은 없었다"고 했지만 철거공사에 투입된 상당수 인력은 "원청에서 하도급, 재하도급으로 이어지는 건물 해체 작업에 투입됐다"고 증언했다.    

하청에 재하청, 재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건설업계의 나쁜 관행은 필연적으로 '안전 무시'라는 통로를 거쳐 참사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먹이사슬의 밑바닥에 위치한 업체는 구조적으로 쥐어짜듯 '비용 절감'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여건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게 '안전'이다. 안전은 비용이다. 이번 참사에서도 현장엔 안전 관리자도, 감리인도 없었다.

▲ 119 소방대원들이 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 사고현장에서 승객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시공사인 HDC현산 권 대표는 10일 현장을 찾아 고개를 숙였다.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과 유가족, 부상 치료를 받는 분들께 말할 수 없이 죄송하다"고 했다. "붕괴 원인이 밝혀지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원인 규명과 상관없이 유가족 지원에 회사 역량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결국 참사의 책임은 시공사인 HDC현산의 몫이다. 하지만 권 대표는 사고 과정과 책임 소재, 사고와 관련해 어떤 작업을 하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하도급에 대해서도 "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재하도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했다. "(건물 철거 공사를 맡은)한솔기업과 계약 외 재하도급은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도급, 재하도급으로 이어지는 해체 작업에 투입됐다"는 작업자들의 진술과 배치된다.

해당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은 시공사와 3개 철거업체만이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고 공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작업자들의 증언이 사실일 가능성이 적잖다. 건설업계에서 불법 재하청은 흔한 일이다. 재재하청, 재재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정몽규 HDC 회장이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건물 붕괴 참사와 관련 10일 광주시청 5층 브리핑룸에서 사과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건설업은 원청인 시공사가 있고, 그 밑으로 실질 작업을 하는 하도급이 있다. 건설업에서 1차 하도급을 주는 것은 합법이지만, 1차 하도급을 받은 업체가 다른 업체에 '재하도급'을 주는 것은 법으로 금지된다. 하지만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기이한 형태인 재하도급은 관행처럼 이뤄져왔다.

이번 붕괴 사고의 원인은 아직 파악중이지만, 미심쩍은 부분을 짚어보면 불법 하도급과의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장 곳곳에서 안전관리가 부실했다는 정황이 사실로 드러나면, 원청업체인 현대산업개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건물 철거는 위층에서 조금씩 깎아 내리는 방식을 쓴다. 현장 사진을 보니 토사로 경사를 만들고 그 위에서 포크레인이 철거 작업을 한 듯하다"며 "위험하다고 판단된다면 한쪽으로 무너질 것을 대비해 하부층을 보강하든가 주변 통제를 철저히 했어야 한다. 안전 관리자나 통제 인원이 부족했거나 제대로 관리가 안 됐을 듯하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가 시공하고 다른 작업을 하도급 업체에 넘기면 또다시 다른 하도급 업체들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며 "심지어 안전관리도 하청에 하청을 준다. 사고 현장에선 가림막과 철골 지지대뿐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어보였는데, 제대로 관리가 됐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하도급 구조는 6차까지도 내려간다. 다단계 하도급 상에서 위험이 아래로 전가될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적절한 조치로 안전을 확보하거나 충분한 공사시간으로 산재방지를 할 여력이 없도록 만드는 구조가 해결되고 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U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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