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권 행보 발목잡나…공수처 수사 파장

정치 / 허범구 / 2021-06-10 17:40:33
尹, 대권도전 고삐 조이는 시점에 수사 변수
공수처 수사엔 "특별히 밝힐 입장 없다" 신중
"반윤측 '청부고발' 통한 尹 견제용 수사" 관측
野 "야권 탄압"…나경원 "文정권, 尹죽이기 돌입"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여권발(發) 검증·압박 공세가 본격화하는 흐름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윤 전 총장을 수사중인 것은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공수처는 지난 4일 윤 전 총장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이동하는 중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윤 전 총장이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만큼 이번 수사의 후폭풍과 파장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런 만큼 상당한 부담이 예상되는데도 공수처가 수사에 나선 것은 '정치적 의도'와 무관치 않다는 게 야당 시선이다. 마침 윤 전 총장이 사실상 대선 행보를 본격화하는 시점에 수사 소식이 알려져 배경이 주목된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퇴임후 첫 공개 일정으로 전날 우당 이회영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국민 기대와 염려를 제가 다 경청하고 알고 있다. 지켜봐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주말 현충원 방문,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 만남도 가졌다.

공수처의 수사는 아무래도 대선 행보를 재촉하려는 윤 전 총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수사는 한 시민단체가 윤 전 총장을 고발해 진행하는 형식을 취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고발과 수사라는 유사한 방식으로 윤 전 총장을 괴롭히는 일이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친여 성향이 강한 김오수 검찰총장 체제에선 수사를 통한 윤 전 총장 목조르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전 총장측과 가까운 한 인사는 "윤 전 총장을 고발한 대상은 '프로고발러'로 알려져 있다"며 "반윤석열측이 윤 전 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청부고발'을 통한 수사를 벌이는 인상이 강하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측은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신중 모드'로 대응하고 있다. 자칫 오해살만한 일을 피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침묵을 지킬 방침이다. 

윤 전 총장 측 손경식 변호사는 언론에 보낸 메시지에서 "공수처 고발 건에 대해 특별히 밝힐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앞서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부실 수사하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의혹을 받는 검사들에 대한 수사·기소를 방해한 혐의로 윤 전 총장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입건된 범죄 혐의는 2019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을 때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해 불기소 처분한 건이 있다. 또 지난 3월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해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받는 검사들에 대한 수사·기소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옵티머스 관련 사건은 이두봉 대전지검장과 김유철 춘천지검 원주지청장이, 한 전 총리 관련 사건은 조남관 대검 차장이 각각 윤 전 총장과 함께 고발됐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지난 202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옵티머스 사건에 대한 무혐의 처분에 대해 부장 전결 사안이라 보고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해선 지난 3월 전국 고검장·대검 부장들이 회의를 갖고 불기소하기로 결정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윤 전 총장측은 그러나 수사 등을 빌미로 한 여권 공세가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내심 긴장하는 눈치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석열 파일'의 존재를 거듭 시사했다. 송 대표는 '정말 윤석열 X-파일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검증 자료를 모으고 있다, 이렇게 이해해달라"고 했다. 이어 '좀 치명적인 것도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그걸 말씀드리긴 그렇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장모 사건은 여권 공세의 '호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송 대표는 지난 2일 '조국 사태'를 사과하면서 "수사기준이 윤 전 총장의 가족비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전날 YTN에 출연해선 "법무부 장관으로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을 검증하겠다고 엄청난 수사를 했던 윤 전 총장께서 본인이 대통령에 나가려고 하면 그보다 훨씬 엄정한 검증을 받아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측은 지난 3일 송 대표를 겨냥해 맞대응을 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의 측근이면서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 전 총장 장모 최모씨를 변호 중인 손 변호사가 입장문을 내고 여권을 비판한 것이다.

손 변호사는 "최근 최씨의 공판이 종료됐고, 재판부의 판단이 임박했음에도 일부 정치인들의 도 넘은 언행이 계속되고 있다"며 "잘못된 점이 있으면 (재판에서) 충분히 가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야권 탄압"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드디어 현 정권의 공수처 집착증의 큰 그림이 드러났다"며 "이제 정권에 밉보인 인사들은 단지 친정부 단체에 의한 고발만으로 그 명운이 좌우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당대표 후보들도 일제히 비판에 가세했다.

이준석 당 대표 경선 후보는 SNS에 "윤 전 총장이 아닌 공수처가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후보는 "문재인 정권이 본격적으로 '윤석열 죽이기'에 돌입했다"며 "공수처가 철저하게 야권 탄압의 특수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묵과할 수 없는 정치 보복이다. 야권의 유력 주자를 모조리 주저앉히고 장기 집권을 꾀하겠다는 여당의 계략"이라며 "신독재 플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수사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가 개시된 것이라 공수처가 독립적으로 잘 판단해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고발 사안에 대해 엄정하고 또 여러가지 진상이 규명될 수 있도록 잘 대처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U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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