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靑 박근혜 광복절 사면…이명박은 제외

정치 / 허범구 / 2021-06-18 11:33:21
동시 석방은 부담…국민정서·죄질 따져 '선별' 사면
朴, 정치 사안으로 4년 넘게 복역… 동정여론 작용
李, 개인 비리…노무현 관련 與 주류·지지층 반감 커
문 대통령 '퇴임후' 고려, 대선 앞둔 野분열 노림수도

청와대가 국민 통합을 위해 오는 8·15 광복절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사는 추진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두 전직 대통령을 분리해 선별사면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8일 "이, 박 전 대통령은 각각 80세, 69세로 고령인데다 수감 생활이 길어져 건강 우려와 '동정여론'이 번지는 양상"이라며 "임기가 얼마 안 남은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그냥 두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면을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두 전직 대통령을 한꺼번에 사면하는 건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며 "선별사면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감 기간과 범죄 내용 등을 감안할 때 박 전 대통령을 풀어주는게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면 시기에 대해 "내년 3월 대선이 있어 늦어질수록 오해가 커질 수 있다"며 "성탄절보다는 광복절 사면이 역풍을 좀 더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2036년 만기 출소하면 95세가 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공천 개입 혐의로 확정된 징역 2년을 더해 2039년 87세에 출소하게 된다. 무기징역과 17년형을 각각 받았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수감 생활 2년여 만에 사면으로 풀려났다.

▲ 이명박 전 대통령 [UPI뉴스 자료사진]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3월 구속됐으나 실제 수감 기간은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보석과 구속 집행 정지로 두 차례 풀려났다. 지난해 12월 병 치료차 서울대 병원에 입원했다가 지난 2월 안양교도소로 이감됐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지 4년 2개월 넘게 복역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물론 전·노 전 대통령보다도 2배 이상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이, 박 전 대통령 사면을 분리하는데는 범죄 성격이 다른 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 회사 다스 자금 횡령과 뇌물 수수 등 혐의로 수감됐다. 개인 비리 성격이 강하다.

박 전 대통령 혐의는 국정 농단 등으로 정치적 사건에 가깝다는게 중론이다. 박 전 대통령은 1심 재판때부터 법원 출석을 거부했다. 법적 대응을 포기한 것은 '저항'으로 비친다.

'586 운동권' 출신의 여권 인사도 "사면할 때는 여론과 국민정서에다 정무적 판단이 작용한다"며 "이 셋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박 전 대통령을 먼저 사면하는게 낫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이 전 대통령은 뇌물을 받아 도덕적 문제로 감옥에 갔으나 박 전 대통령은 국정 농단 등 비도덕적인 문제로 복역중"이라며 "이 전 대통령이 국민 정서에 훨씬 네거티브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정 농단에 대해선 아직도 평가가 상반된 그룹이 존재한다. 정치적 판단의 의미가 강하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이 정도 수감했으나 국민 화합, 통합 차원에서 풀어줘도 괜찮다'는 공감대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희생됐다는 동정론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이 전 대통령은 죄질이 나쁜데다 여권 주류 세력과 강성 지지층에게 원망을 사고 있어 대조적이다.

친문 진영에선 이명박(MB) 정부 시절 검찰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을 불렀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고 한다. '반MB' 정서도 사면의 걸림돌이다. 사면 시 상당한 내부 반발과 지지층 이탈 등이 예상된다. 대선을 앞둔 여권에겐 대형 악재다. 

선별사면에는 야권 분열을 노리는 여권의 대선 셈법도 엿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만 풀려나면 국민의힘에서 '이·박의 엇갈린 운명'을 놓고 옛 친이·친박계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친박계 출신 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당내 주도권을 쥐려하면 제1야당 내홍이 불붙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퇴임 이후'에 대한 고려도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론도 없지 않다. 이 전 대통령이 더 고령이고 선별사면은 통합 취지를 반감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야권 분열 효과도 의문이다. 

한 정치 전문가는 "당내 친박계 출신 의원들은 10명 안팎 정도"라며 "이들이 뭉쳐봤자 변수가 안된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특히 이준석 당대표가 나오면서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며 "친이계, 친박계는 흘러간 물"이라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 사면에서 최대 변수는 국민 공감대다. 즉 여론의 향배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21일 청와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수감돼 있는 일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두 분 다 고령이시고, 건강도 안 좋다고 해서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이 문제는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국민 통합에 도움 되도록 작용이 돼야 한다. 이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한 언론과 통화에서 "나는 (문 대통령이 사면을)검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르면 8·15 광복절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고 했다.

그러나 광복절을 앞두고 민심이 급속히 악화하면 청와대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사면을 관철하는 것이 상당한 후폭풍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지난 4월24, 25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 포인트, 휴대폰 조사) 결과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찬성은 42.8%, 반대는 47.4%로 나타났다.

친박계 출신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을 4년 넘게 감옥에 가둬놓고 이제서야 풀어주며 생색을 내려한다"며 "후안무치한 정권이니 맘대로 하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U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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