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당의 단매] 따릉이와 타투는 '무죄'다

정치 / 김당 / 2021-06-18 17:25:24
오세훈이 '박원순표 따릉이' 지웠다?…오세훈은 자전거 매니아
만능 스포츠맨 문재인이 정작 자전거는 못 타는 것은 '가난 탓'
이준석 따릉이와 류호정 타투, 아재들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

회사 사무실이 광화문에 있을 때 가끔 서울도서관(구 서울시청 청사)에 가서 책을 빌리곤 했다. 그때마다 청사 앞에 설치된 '서울 공공자전거 따릉이'와 그 홍보전시물을 마주치곤 했다.

▲ 지난 2009년 9월 캐나다 몬트리올을 방문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공유자전거 빅시(bixi) 시스템을 직접시연해보고 있다. [오세훈 블로그]


4∙7 재보궐 선거 이후 얼마 안되어 책을 빌리러 갔다가 '따릉이'와 홍보전시물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서울시가 고(故) 박원순 시장의 대표 브랜드를 없애 전임 시장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오세훈은 '자전거 1석5조' 예찬의 자전거 매니아

'따릉이'는 직장인들의 출·퇴근 자전거 이용률을 높여 교통체증과 대기오염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서울을 자전거 친화도시로 만들기 위해 서울시가 2015년 10월부터 운영해온 자전거 무인 대여 시스템이다.

'따릉이'는 지난해까지 누적 가입자 278만6000명을 기록했다. 누적 이용건수는 6천만건을 넘을 만큼 대표적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2017~2019년 3년 연속 서울시 우수 정책 1위에 뽑히기도 했다.

나는 정치인 출신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따릉이(전시물)를 치우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보진 않는다. 오 시장은 오래 전부터 '자전거 1석5조' 예찬론자이기 때문이다.

그가 자전거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여년 전인 '20세기'부터다. 처음에는 운동삼아 탄 산악자전거(MTB)에 흠뻑 매료돼 매니아가 되었다. 이후 16대 국회의원(2000~2004년) 시절 집에서 여의도까지 20km 넘는 길을 일주일에 두세 번 자전거로 출퇴근해 '자출족'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2006년 처음 서울시장을 하면서 자전거를 타면(1石) 건강에 좋고, 교통난을 해소하고, 주차난을 덜어주고, 대기질을 개선하며, 에너지까지 절약할 수 있다(5鳥)는 '1석5조'가 그의 지론이 되었다. 이런 과거를 알기에 따릉이(전시물)도 '영혼없는 공무원'들이 지레 짐작으로 '심기 보좌' 차원에서 눈에 안 띄게 치운 것으로 유추하는 것이다.

 

'따릉이'는 오세훈의 '자전거도시 서울의 꿈'을 박원순이 이어받은 것

서울 공공자전거는 실은 15년 전에 오세훈 시장(2006. 7~2011. 8, 2021. 4~)의 첫번째 시장 임기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서울자전거 따릉이'는 박원순 시장 시절에 공모를 통해 채택되어 '박원순표 브랜드'가 되었을 뿐이다.

서울시가 무인 공공자전거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자전거 전용 도로망을 확충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다. 서울시는 처음 프랑스 파리의 공공자전거 벨리브(Vélib)를 모델로 한 '자전거 마스터플랜'을 발표하고 자전거 도로망을 확충하기 시작했다.

오 시장은 이후 2009년 9월 일본과 캐나다, 동유럽 국가 순방 중에 캐나다 몬트리올과 퀘벡에서 운영 중인 '빅시(Bixi)'를 2010년부터 시범 운영하고, 서울시 자전거도로가 구축되면 2011년에 전면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Bixi는 Bicycle과 Taxi의 합성어로 '자전거 택시'라는 뜻이다.

당시 오 시장은 "제가 (몬트리올에서) 빅시를 보고 무릎을 쳤던 것은 우리가 자전거 정책을 추진하면서 고민했던 문제들에 대한 돌파구를 보았기 때문"이라며 마치 '유레카'의 심경으로 '자전거를 택시처럼 탄다? - 빅시와 공용자전거시스템'(https://blog.naver.com/ohsehoon4u/120090607355)이란 글을 직접 작성해 블로그에 올렸다.

▲ 2010년 10월 31일 서울시 공공자전거를 여의도와 상암 DMC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하며 오세훈 시장이 시민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있다. [오세훈 블로그]



이어 1년 뒤 '오세훈표 서울시 공공자전거'(400대)가 여의도와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의 역세권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2010년 10월의 마지막날인 이날 오 시장은 여의도에서 시민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며 "시민들 반응을 보며 서울시 전 지역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오 시장은 또한 '서울시가 자전거를 빌려드립니다'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려 "서울시에서 공공자전거의 이름을 공모하려고 한다"면서 "자전거를 타다가 '이거다!' 싶은 이름 생각 나면 주저없이 말씀해달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오 시장의 서울시 공공자전거 전 지역 확대 운영과 이름 공모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듬해인 2011년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패배할 경우 시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시장직을 사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세훈의 '자전거도시 서울의 꿈'도 사라지진 않았다. 시민운동가 출신 박원순 시장이 그 꿈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이준석의 '따릉이'와 만능 스포츠맨 문재인이 자전거 못타는 까닭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서울시 공유형 자전거 '따릉이'를 세운 뒤 국회에 출근하고 있다. [국회공동취재]


지난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헌정 사상 원내교섭단체의 첫 30대 당대표가 된 이준석 대표가 따릉이를 이용해 출근한 것이 화제다. 이 대표는 그동안 다른 청년들처럼 전동 킥보드를 애용했으나 규제가 심해진 뒤 따릉이로 바꿨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자출족' 정치인이 흔하지만 인구 천만 대도시의 고급세단이나 승합차에 익숙한 '여의도 문법'으로는 낯선 풍경이다. 그래서인지 일부에서는 "국회의사당역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타는 것보다 걸어가는 게 더 빠르다"며 '쇼'라고 비판했다.

최민희 전 의원이 "9호선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로 나오면 10초 거리에 국회 정문, 정문부터 본관까지 걸어서 2분"이라며 "다음부터 그냥 걸어요"라고 지적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따릉이' 자체가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 이용을 도와 자전거 교통 분담률을 높이고 서울을 친환경 자전거 도시로 만들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이준석은 당대표이기 전에 출퇴근하는 직장인이자 서울시민이고, 따릉이는 15세('새싹따릉이'는 13세) 이상의 서울시민이면 누구가 이용할 수 있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가 "최민희는 보수에 발작하는 유전자를 가졌다"며 "만약 문재인이 자전거를 탄다면 '역시 친환경 대통령'이라고 난리가 나지 않았을까"라고 비판한 것도 가정이긴 하지만 '전제의 오류'를 담고 있다. 정작 문재인 대통령은 자전거를 타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도 자전거 1석5조의 매니아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함께 DMZ(비무장지대) 자전거길을 달리는 행사를 제안한 적이 있다. DMZ 자전거도로가 잘 돼 있고 '그림'도 좋으니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안성맞춤인데 접어야 했다. 정작 '그림의 주인공'이 자전거를 못 탄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에 사무장을 했던 이재영씨에 따르면, 부산변호사회 체육대회를 하면 재조(판검사)와 재야(변호사)를 아우르는 법조3륜이 경기를 하는데, 특전사 출신에 만능 스포츠맨인 '문변'은 늘 '주전선수'를 도맡았다. 그런데 노무현 변호사와 달리 문변은 자전거를 탈 줄 몰랐다.

이 씨에 따르면 지금은 길에 널린 게 자전거지만 그때 '자전차'는 화물 운송용이었지 레저용은 사치품이었다. 노무현은 상고(商高)를 다녔지만 형님이 공무원이고 해서 어릴 때부터 집안에 자전거가 있어 타봤지만, 문재인은 집안에 자전거 하나 둘 형편이 안될 만큼 찢어지게 가난해 타볼 기회조차 없었다는 것.

흔히 자전거나 수영은 어려서 배워 놓으면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몸의 기억회로가 작동해 할 수 있다고 한다. 외국어로서 영어를 배울 때 모국어처럼 어릴 때부터 '몸과 근육으로 체득하는 영어' 학습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류호정의 타투와 아재들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

▲ 코펜하겐 시내 중심가의 지하철역을 '포위'한 자전거와 보관대 [김당]


글로벌 차원의 행복지수 1위 도시로 꼽히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오래 전부터 '자전거 천국'으로 통한다. 덴마크는 이미 100년 전 세계 최초로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든 나라이지만, 코펜하겐이 자전거 천국이 된 것은 자출족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교통환경을 꾸준히 개선해온 덕분이다.

특히 70년대 2차에 걸친 오일 쇼크를 계기로 덴마크 정부와 코펜하겐시는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자전거를 좀 더 안전하고 편안한 교통수단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09년 12월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15)를 취재한 적이 있는데, 시내의 지하철역과 고급 백화점이 시민들이 타고온 자전거와 랙(보관대)으로 '포위'된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코펜하겐 디자인 컴퍼니'라는 회사는 2011년부터 2년마다 전 세계 도시들을 대상으로 자전거 친화도를 조사한 '코펜하겐 지수'를 발표하는데, 늘 코펜하겐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 수위를 다투는 형국이다. 또한 도시 거주자의 절반이 자전거로 출퇴근∙등하교를 하며 총리와 장관은 물론, 톱스타들도 자전거 타기가 일상이니 한국처럼 청년 당대표의 자전거 출근이 '뉴스'가 될 턱이 없다.

최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민주노총 타투유니온이 준비한 타투업법 제정촉구 기자회견에서 등이 훤히 드러난 보라색 드레스 차림으로 나타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런 거 하라고 국회의원 있는 것"이라는 류 의원의 발언도 신선했지만, 특히 류 의원이 타투입법 발의를 위해 눈썹 문신을 한 무소속 홍준표 의원을 찾아간 데서 더 진정정이 느껴졌다.

류 의원은 작년 국정감사 때 노동자 옷을 입었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때는 안전모를 쓴 적이 있다. 류 의원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그분들의 생존이 걸린 절박한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국민들께 알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을 때 '쇼'라는 비판을 들을지언정 제가 옷을 한번 입으면 훨씬 더 많이 알릴 수 있을 것 같았다"면서 이렇게 반문했다.

"등이 스케치북으로서는 가장 넓은 곳 아니냐?"

▲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16일 국회 잔디광장에서 '타투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호정 의원 페이스북 캡처]


예로부터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 했다. 이를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한 기성세대 정치인들과 달리, 류 의원은 백 마디 설명보다 한번의 시현이 디지털공간에서 100만번 더 소비되는 현실을 잘 알기에 두려움 없이 실천한 것이다.

 

코펜하겐과 암스테르담 말고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과 위트레흐트,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등 자전거 친화 도시는 모두 유럽에 있다. 가장 최근에 조사된 '코펜하겐 지수'(2019년)를 보더라도, 세계 20대 자전거 친화 도시는 대부분 유럽의 도시들이고 아시아는 도쿄(16위)와 타이페이(17위)뿐이다.

설령 그것이 '쇼'일지언정 류호정의 타투가 '무죄'이듯, 이준석의 따릉이도 '무죄'다. 지금 정치가 할 일은 서울이 자전거 친화도시 20위권 안에 들게 해 2030세대의 마음을 잡는 것이지 '쇼' 운운하는 것은 문화 지체를 심화시킬 뿐이다. 그것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아재들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로 인한 '전쟁'을 예고할 뿐이다.

앞에서 몸으로 체득하는 영어 학습 얘기를 했지만, 외국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네이티브 스피커'를 넘어설 수는 없다. 기성세대가 아무리 디지털을 익혀 디지털 친화로 포장을 해도 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디지털세대, 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생존의 무기로 쥔 2030세대가 디지털 시대의 주역이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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