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반도 그랜드 디자인' 없는 윤석열·이재명 출사표

오피니언 / 이원영 / 2021-07-01 15:34:37
남북적대 청산을 위한 청사진 없어
대통령이라면 외면할 수 없는 숙제
가장 강력한 여야 대선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공정과 자유민주주의를 이야기 했고, 청년의 분노와 슬픔을 덜어주겠다고 했다. 한국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자기가 구원투수가 되어야 한다고 호언했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저주에 방점을 찍었고, 이재명은 우리사회가 맞닥뜨린 각종 문제의 치유에 무게를 뒀다. 듣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다르겠지만 구절구절 박력있는 문체로 듣는 이를 붙잡으려 애썼다.

그런데 이들의 출사표를 여러번 읽어도 허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허전하다? 무언가 빠졌다는 느낌 아닌가. 왜 그럴까. 대통령직은 대한민국호를 이끌고 가야 하는 선장이다. 배가 어디로 가야할지, 파고는 어떻게 이겨낼지 선장은 알고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호를 이끌 선장이 되겠다는 두 사람의 출사표엔 순항을 방해하는 파고를 이겨내겠다는 다짐은 빼곡하다. 그런데, 어디로 가겠다는 것인가.

대한민국호가 다다를 목적지는 어디인지, 왜 우리는 거기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안 보인다. 물론 당면한 파고를 넘는 것은 생존을 위해 지극히 중요한 임무요, 선장이 그걸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호가 정박할 곳은 비전이자 꿈이다. 그 꿈과 비전은 곧 대한민국의 '그랜드 디자인'이 된다.

그런데 두 유력 주자의 선언문에 대한민국 그랜드 디자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하다 못해 실망스럽다.

대한민국의 중요한 그랜드 디자인은 무엇일까.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나는 남북평화구축이 으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강 난 한반도에 실핏줄을 잇고,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화로운 남북관계를 정착하는 것 말이다.

남북분단과 적대적 공생관계는 남과 북 모두에게 만악의 씨앗이 되어 뿌려졌다. 대한민국 국민들을 정말 피곤하고 불행하게 하는 이념적 갈등, 진영논리, 편 가르기의 뿌리는 분단과 증오에 있다. 남북 적대관계만 해소된다면 우리가 짊어진 무거운 숙제들이 일거에 해소되거나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적대관계가 해소되며 대한민국을 옥죄던 씨줄 날줄의 매듭들이 줄줄이 풀려나갈 것을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대한민국의 행복지수가 껑충 올라갈 것은 말할 나위 없다. 평화로운 한반도보다 더 중요한 대한민국의 그랜드 디자인이 무엇일까 모르겠다.

그런데 이재명, 윤석열은 이런 중차대한 가치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지 않았다. 관심이 아예 없는 건지, 표를 얻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회피한 건지 알 수는 없다.

윤석열은 남북문제에 대해 아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이 한반도 평화문제를 입에서 꺼내지도 않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이재명은 몇 마디 언급했다. "한반도평화경제체제 수립, 대륙을 여는 북방경제활성화도 새로운 성장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강력한 자주국방력을 바탕으로 국익중심 균형외교를 통해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의 새 길을 열겠습니다" 남북문제를 보는 그의 비전이라기엔 피상적이다. 

물론 우리가 처한 현실은 엄혹하고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정치인의 기본 마케팅 전략이다. 그래도 두 사람이 대통령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남북문제에 대한 포부와 비전을 선명하게 제시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두 후보를 검증하겠다며 회견장에 모인 기자들도 실망스럽다. 그 누구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당신의 전략은 무엇인가'를 물어보는 기자가 없었다. 이런 질문을 던져야 대통령 감을 구분하는 변별력이 생기지 않겠나.

두 후보에게 묻고 싶다. 남북 적대관계를 해소할 의향은 있는가. 후손에게 평화로운 한반도를 물려주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품고 있는가. 통일된 한반도를 그리면 가슴이 뛰는가. 

▲ 이원영 국제 에디터

U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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