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음모, 감염 지역 봉쇄…팬데믹 예견한 영화들

문화 / 김명일 / 2021-07-26 17:05:54
컨테이젼, 백신·방역 불신과 시위 '족집게'
감기·괴물, 정보 공개와 투명 행정 돌아봐
코로나19로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이 3주째 이어지고, 수도권 이외 지역 모두 3단계로 격상되는 등 4차 대유행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0시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가 1318명이라고 26일 밝혔다. 전날보다는 줄어든 숫자이지만, 일요일 기준으로는 역대 최다라는 설명이다.

중세 유럽의 흑사병, 스페인 침략으로 16세기 중남미 대륙에 광범위하게 퍼진 천연두, 최대 5000만 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 1918년 스페인 독감 등 인류는 꾸준히 전염병과 생존을 건 사투를 벌여왔다.

이러한 전염병 재난을 그려낸 영화들 일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예견했다는 평을 받는다. 감염병 자체보다 그에 대처하는 인간 세계와 권력 체계가 오히려 더 큰 공포로 다가오고, 소중한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움직이는 소시민인 주인공들은 결국 인류를 구해내는 큰 공을 세운다는 점은 '클리셰'(흔한 이야기 흐름)라 불릴 정도로 공통적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것이 권력 혹은 자본과 결탁해 사람들의 죽음도 비용으로 처리하고 끝내는 등 비정한 인간들이라는 점도 마찬가지다. 팬데믹과 4차 대유행을 타고 요즘 들어 다시 주목받은 영화 4편을 추렸다.

※ 기사에는 영화 줄거리와 결말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습니다.

▲ 영화 '컨테이젼'에서 마스크가 일상이 된 모습이 보인다. 세계 관객들에게 당시에는 생소한 장면이었으나 코로나19로 현실이 됐다. [영화 '컨테이젼' 스틸컷]

컨테이젼(2011): 2021년 개봉작인줄 알았다

미국인 여성 베스(기네스 펠트로)는 홍콩 출장을 다녀온 후 발작을 일으키며 숨진다. 그녀의 아들도 같은 증세로 숨을 거둔다. 남편 미치(맷 데이먼)는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악수 등 단 한 번의 접촉이나 기침 등 비말로 옮겨지는 바이러스성 질병이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세계보건기구(WHO)는 역학조사에 나선다. 치버 센터장(로렌스 피시번), 미어스 박사(케이트 윈슬렛), 오란테스 박사(마리옹 꼬띠아르)는 세계 각국에서 현장 조사를 실시한다.


CDC와 WHO는 박쥐와 돼지를 거친 변종 바이러스가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해 슈퍼전파자 베스를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갔고, 감염자가 최대 10억에 이를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에 경악한다. 치사율은 20%에 이르며 치료법도 백신도 존재하지 않는다. 확진자가 악화일로인 시카고에는 폐쇄령까지 내려진다. 감염을 피할 방책은 "아무도 만나지 마라"와 "아무것도 만지지 마라" 뿐이다.

한편 프리랜스 블로거 앨런(주드 로)은 우연히 첫 번째 감염 사망자인 일본인의 죽음을 동영상에 담게 되고 그의 블로그는 세계인이 주목하게 된다. 세계적 인지도를 갖춘 그는 사업자들과 짜고 "개나리액이 효과가 있다"는 등 가짜뉴스를 퍼트린다.

정부와 방역당국에 대한 불신에 가득찬 시민들은 시위와 폭동을 일으킨다. 개나리액을 얻기 위해 약국과 상점은 공격당하고, 사람들은 정부의 통제와 백신 정책 등은 철저히 외면하고 되레 앨런의 말을 맹신한다.

마스크가 일상인 사회, 백신 공급에서 겪어지는 세계적 갈등, 비접촉 비대면 사회, 정부와 공공기관의 방역 정책에 대한 불신, 감염병 통제에서 촉발된 대규모 시위와 약탈, 혼돈의 시기 선동에 휩쓸리는 대중 등 현 코로나19 사태를 어느 영화보다 잘 예견했다. 개봉 후 10년이 지났으나 유튜브 등 온라인 판매도 역주행하며 수익이 껑충 뛰었다.

감기(2013): 구역 봉쇄, 최선입니까?


화물용 컨테이너를 통해 집단으로 한국에 밀입국하려던 외국인 일행은 원인 모를 질병으로 모두 사망하고, 평택에 도착한 컨테이너를 열자 생존자는 단 한 명 뿐이었다. 생존자와 접촉한 이들은 감기 증세를 보이며 급격히 상태가 악화돼 사망하는 질병에 감염된다.

생존자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로 숨어들고, 수많은 분당구민들이 감염되자 대통령(차인표) 등 각료들은 분당 구역 폐쇄를 결정한다. 군경이 동원되어 분당을 둘러싼 바리케이드가 쳐진다. 통제선을 벗어나는 사람들에게는 무자비한 총알이 날아들어 유혈사태가 발생한다.

소방대원인 지구(장혁)는 의사 인해(수애)와 함께 인해의 딸 미르(박민하)를 찾아 폐쇄구역인 분당으로 들어간다. 이들은 감염자들을 치료하지 않고 사실상 '살처분'하는 잔혹한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미르를 구해내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한편 대통령과 총리(김기현) 및 미국 측 지휘관 벡크만(앤드류 윌리엄 브랜드)은 사태를 앞에 두고 협조보다 대립을 앞세우며 각을 세운다. 미 공군 폭격 편대를 출동시킨 벡크만에 맞서 대통령은 수방사를 직할지휘하며 방공포대를 가동시킨다. 분당을 폭격해 전염병 확산을 막으려는 미국 측과 이를 막으려는 한국 측 사이에 군사적 대치까지 가면서 상황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된다.

영화는 모두가 예상하듯 위기를 벗어나고, 항체 혈청을 보유하게된 미르를 통해 사태 해결의 희망을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치사율 높은 전염병 유행에서도 피해자는 힘없고 나약한 소시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다.

▲ 영화 '감기'에서는 전염력과 치사율이 높은 질병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지역에서 퍼지자 당국은 구역 봉쇄를 결정하고, 사태를 공동 지휘하는 미국 측은 대량 살상을 통한 전염병 차단을 시도하기까지 한다. [영화 '감기' 스틸컷]

연가시(2012): 기생충보다 무서운 자본주의

곤충의 몸에 기생하는 연가시가 변이를 일으켜 인체에 살게 되면서, 숙주 조종으로 목숨을 잃는 사례가 끝없이 발생하며 국가는 통제 기능을 잃는 수준까지 혼란스러워진다.

재혁(김명민)과 재필(김동완) 형제는 과거의 불화는 잠시 휴전하고 치료제를 찾아 나서게 된다. 인간 기생 연가시를 살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약이 알려지지만, 제약사 측은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나선다. 총리는 국가가 제약사를 인수하는 협상에 나선다.

한편 재혁·재필 형제는 제약회사 측이 사전에 모든 진실을 알고 있었으면서 시세차익 등을 노리고 한탕 하려는 생각에 일부러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이제 어떻게든 세상에 진실을 알리고 기밀을 정부에 건네주고 가족을 구해내야 하는 남자와, 이를 저지하려는 세력의 싸움이 시작된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에도 치료제로 알려진 타미플루가 수급난에 시달리고 또 부담스러운 가격을 고수한다는 비판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제약회사가 영향력 증대를 위해 수급조절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고개를 드는 한편, 제네릭(복제약) 허용을 하지 않는 데에 대한 비판도 잇달았다. 타미플루뿐 아니라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도 유사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제약회사의 막대한 투자를 통해 탄생한 신약은 연구비용 등을 고려할 때 저가를 강요할 수도 없고, 지적재산권 또한 정당한 권리여서 보건당국으로서는 늘 고민거리다. 미증유의 사태인 코로나19 팬데믹에서는 이러한 제약회사의 무리한 이윤 추구는 다행히 보이지 않는다.

괴물(2006): 불통에 불투명한 정부가 바로 '괴물'

한강에 갑자기 나타난 괴물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다. 정부와 재난대책본부는 처음 관측된 생물체인 괴물에게서 전염병이 발생했을 것이라 판단하고, 연관된 사람들을 격리 조치한다. 강두(송강호)는 미군 병사와 함께 괴물과 싸움을 벌인 탓에 '바이러스 보유자'로 판단돼 단독 수감된다.

괴물과 싸움 중 큰 부상을 당한 미군 병사가 사망하면서 이제 국가의 대처는 괴물 퇴치보다 전염병 방역이 우선이 된다. 방역 총괄 대책을 공동 지휘하던 미국 측 책임자는 "미군 병사는 수술 중 쇼크로 죽었고 처음부터 바이러스는 없었다"며 진실을 밝힌다. 생체실험에 가까운 강압적 방법으로 체액을 채취당한 강두는 이를 엿듣고 탈출한다.

알고보니 미군 측이 한강에 무단 방류한 독성 화학 물질로 인해 돌연변이 생물인 괴물이 발생했고, 이 책임을 넘어가고자 바이러스 괴담을 퍼트린 것이었다.

강두의 가족인 희봉(변희봉), 남일(박해일), 남주(배두나)는 괴물에 납치당한 현서(고아성)를 결국 잃고 말지만 합심하여 괴물을 물리친다. 그리고 한미 두 나라의 권력기관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므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식으로 결론내며 사건을 마무리한다.

2010년 천안함 사태 당시 정부의 초기 대응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자는 "가족들이 아무 정보도 전달받지 못했고,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사이 한국 정부는 음모론에 시달렸으며, 정부 당국을 믿지 못하는 대중들의 분노는 폭발했다"는 보도와 함께 "흡사 한국의 1000만 관객 영화 '괴물' 속 정부와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도 5000만 인구 수준에서 낮은 치사율과 감염자를 유지하고 있는 K방역의 원동력이 '투명한 정부'임은 여러 내외신 기사에서 확인한 바 있다. 감염자 발생 상황, 정부의 조직 개편과 대응 방안, 치료 방식과 센터 운영, 백신과 의약품 및 물품 수급 상황 등을 모두 소상히 공개하고 알리며 소통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국민들에게 불투명한 정부는 괴물이나 바이러스보다 무섭다.
▲ 1995년 개봉 영화 '아웃브레이크'는 병자 치료보다 구역 봉쇄 및 몰살을 택하는 잔혹한 정부의 모습을 그렸다. [영화 '아웃브레이크' 스틸컷]

아웃브레이크(1995): 치유보다 몰살을 택한 비정한 정부

아프리카의 한 곳에서 전염병이 발생하자 지역은 봉쇄된다. 구호물자와 의료물품을 실은 비행기가 상공에 나타나자 주민들은 환영하지만, 비행기가 투하한 것은 삶이 아닌 죽음을 싣고온 네이팜탄이었다. 이처럼 미군에 지원을 요청한 주민과 용병들은 몰살당하고 마을은 불타는 가운데 바이러스의 숙주가 된 원숭이들이 화염을 뚫고 탈출한다.

30년 후, 원인 모를 신종 바이러스는 점차 아프리카에서 퍼져나가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파견 군인 대니얼스(더스틴 호프만)는 현지 조사에 나선다. 신종 전염병은 치사율이 높으며 호흡기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대니얼스는 즉각적 국제 방역 조치를 요구하나 상부 기관에 기각당한다.

한편 원숭이와 접촉한 한 미국인이 입국하며 바이러스는 미국 내에 퍼지게 된다. 변종 바이러스 출연으로 비말과 호흡기 전염이 겹쳐 전 미국에 대유행이 일어난다. 대니얼스는 변이 숙주를 찾아 치료제를 만들어낼 방법을 알아내려 하고, 미 군부와 행정부는 대량 감염 발생 지역을 폭격해 감염자들을 모두 죽여 전염병 확산을 막으려 한다.

바이러스성 전염병 자체가 군대의 비밀 작전이자 음모이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한다는 이야기는 현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의문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중국 측에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재조사를 요구했다.

WHO조사단 등이 코로나19 최초 발병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을 방문했지만 중국 측의 현장 공개와 자료 제공 등 협조는 턱없이 부족했다. 코로나19가 인위적으로 발생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냉전시대부터 각국이 세균전을 준비하고 연구해온 현실에 세계인들은 '인위적 발병설'을 여전히 놓지 못하고 있다.

UPI뉴스 / 김명일 기자 terr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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