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직설] 진정한 검찰개혁론자가 文정권에 분노하는 이유

오피니언 / UPI뉴스 / 2021-07-28 14:25:14
진정한 검찰개혁론자 고언에 귀닫은 정략적 개혁
역사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천금같은 시간만 허비
나는 사석에선 '아메바 논법'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어떤 문제에 대해 조악한 이분법을 들이밀면서 "넌 어느 편이냐"고 추궁하는 단세포적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하는 말이다. 검찰개혁 문제가 좋은 예다. 검찰개혁을 열렬히 바라는 사람이라도 그 내용이나 방법론의 문제를 들어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엔 반대할 수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자신들의 검찰개혁 방식을 움직일 수 없는 '진리'의 반열에 올려놓고선 이의 제기를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검찰개혁 반대자'라거나 '친검찰주의자'라는 식으로 딱지 붙이기를 하는 몹쓸 짓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들을 대놓고 '아메바' 운운할 수는 없어서 사석에서만 비난하거나 개탄하는 용도로 동원하는 표현이 '아메바'라는 이야기다.

나는 검찰개혁론자지만, 그간 문 정권의 검찰개혁 방식에 강한 이의 제기를 해왔다. 법 전문가가 아닌 보통사람의 눈으로 보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판사 출신 신평 변호사가 최근 출간한 <공정사회를 향하여>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그 역시 그런 '아메바 이분법'에 강한 이의 제기를 한 걸 보고서 반가웠다.

대구·경북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많이 냈던 그는 박근혜 탄핵 촛불 집회에 거의 매번 참여했으며, 19대 대선 땐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공익제보지원 위원장으로 활동한 친문 인사 출신이다. 그가 왜 2019년부터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문 정권의 검찰개혁에 날카로운 질타를 가하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검찰을 부당하게 옹호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치열하게 검찰에 맞서서 싸워왔는지는 기록에 남아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검찰의 어두운 면을 누구 못지 않게 잘 꿰뚫고 있다. 행동으로 저항했다. 그리고 평생을 통하여 검찰을 포함한 법원, 경찰 전체를 아우르는 사법개혁을 주장하며 또 연구하고 발표하였다…(문 정권의 정략적 검찰개혁 때문에) OECD 국가 중 사법신뢰도 꼴찌인 나라에서 사법개혁을 해야 하는 그토록 절실한 역사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천금 같은 귀중한 시간이 허비된 것이다."

신 변호사는 문 정권이 "잘못된 사법제도로 인하여 피해를 받았다고 절규하는 수많은 '사법피해자'의 의견을 의도적으로 그리고 원천적으로 개혁의 과정에서 철저하게 봉쇄해버렸다"고 개탄한다.

실질적인 배심제의 도입, 검찰의 기소권을 억제하는 방향으로의 기소대배심제도, 판사나 검사와 같은 법집행자들이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를 한 경우 처벌하는 법왜곡죄의 도입, 형사사법 과정에서의 조서 작성을 폐지함과 아울러 그 대안의 마련, 판사·검사 징계의 실효성 확보 등 숱한 방책들을 묵살한 채 "검찰개혁을 한답시고 분탕질을 한 것을 최대의 치적 중 하나"로 꼽는 '기가 찰 일'만 해왔다는 것이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대목은 '모기형 인간'에 관한 것이다. 모기가 꼭 떼로 모여서 사람을 공격해 피를 빨 듯이, 혼자 두고 보면 별것 없는데 자신이 소속된 조직의 힘을 믿고 설쳐대는 인간형을 말한다. 일부 검사들이 가장 심하다고 한다. "검사랍시고 일반인에게 안하무인으로 대한다. 그는 조직만을 믿으면 된다. 조직을 위하여는 무슨 일이든 한다. 그러는 사이 출세도 하고, 하다못해 변호사 개업을 해도 명문 로펌에 들어간다."

검찰의 문제점에 대한 강한 비판의식은 문 정권의 그 어느 누구도 신 변호사의 수준엔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오랜 세월 검찰개혁을 포함한 사법개혁을 주장함으로써 개인적으로 온갖 불이익과 고난을 감수해 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간 검찰개혁에 큰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검찰개혁을 신앙의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리면서 신 변호사와 같은 진정한 검찰개혁론자의 뜻에 반하는 일만 골라서 하는 건 물론 소통마저 거부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10년 전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던 문 대통령과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를 함께 출간하며 문 정권의 검찰 개혁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떤가. 그 역시 최근 출간한 <김인회의 경찰을 생각한다>에서 문 정권의 검찰개혁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검찰 파쇼를 피하려다 경찰 파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 역시 그간 여러 차례 공개적인 기고를 통해 문 정권과의 소통을 시도했지만 묵살당했으니,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내가 늘 하는 말이지만, 도대체 검찰개혁에 찬성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데 문 정권은 거의 모든 국민이 지지할 검찰개혁을 변질시켜 '정략적 프로젝트'로 끌고가는 바람에 국민을 분열시켜 서로 싸우게 만드는 파괴적인 묘기만 잔뜩 보여주고 말았다.

이게 바로 신 변호사가 문 정권을 '진보귀족 정권'이라고 비판하면서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게다. 신 변호사와 김 교수와 같은 진정한 검찰개혁론자들을 무시하면서 힘으로만 밀어붙인 검찰개혁, 문 정권이 이제라도 소통의 문을 열고 부작용의 최소화를 위한 방향으로 애써 주면 좋겠다.

▲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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