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미국 집값…"거품 붕괴 없겠지만 점차 바람 빠질 것"

국제 / 이원영 / 2021-08-03 11:30:48
저금리, 주택선호 변화로 금융위기 때완 달라
자산 격차 벌어지고 사회 불안…당국 나서야
초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지속적인 집값 상승, 더 오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수요자들의 패닉 바잉(영끌), 주택 소유자와 무주택자의 자산 격차, 밀레니얼 세대의 주택 시장 진입 포기, 거품(버블) 논쟁…

무대는 다르지만 한국의 부동산 시장과 판박이 현상이 미국에서도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2007년 금융위기 직전과 같은 '터지기 직전의 버블'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그때와는 여건이 많이 달라 '거품 붕괴'까지는 가질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재택근무로 교외 단독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도심 아파트 렌트비는 떨어졌다는 점이 우리와는 좀 다른 양상이다.

야후뉴스는 지난 1일(현지시간) '주택시장 호황은 얼마나 위험할까(How risky the booming housing market?)'란 분석기사를 통해 달아오르고 있는 미국 주택시장의 원인과 전망을 짚었다.

▲ 매물로 나온 주택이 팔렸다고 알리는 부동산 사인판 [셔터스톡]

지난해 초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거의 모든 경제 섹터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지만 유독 주택시장만은 이때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 7월 기준으로 미국의 중간주택가격은 36만3000달러로 1년 전에 비해 7만 달러가 올랐다. 1년 만에 24%가 올랐으니 전례가 없는 일이다.

팬데믹으로 수백만 명의 근로자들이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도심에서 벗어난 교외 단독주택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다. 재택근무를 계기로 너도나도 더 넓은 주거공간을 찾으면서 매물 품귀현상이 빚어졌고, 매도희망가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소위 '입찰 전쟁(bidding war)'이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여기에는 역사상 최저 수준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렛대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주택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으면서 2007년 금융위기 직후에 닥친 버블 붕괴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금융위기 직전에 집값을 끌어올렸던 상황과 지금은 질적으로 많이 다르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금융위기 직전 집값 폭등은 무분별한 부실 대출에 따른 투기에 기반한 것이었다면 지금은 그런 조짐은 없다는 것이다.

포브스의 빌 코널리 분석가는 "집값이 오른다고 무조건 거품은 아니다. 거품은 근본적인 경제요소로 정당화하지 못한 수요 때문에 발생한다. 지금 주택붐은 저금리에다 주거형태 선호가 변화한 탓에 발생한 것이다"고 거품론을 반박했다.

그렇지만 집값 상승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경제학자들의 지적도 이어진다.

금리 성급히 올리면 실물경제 타격 불가피

주택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촉발시켜 각종 소비재 가격을 올릴 뿐 아니라 첫 주택 구입자들이 내집 마련을 하기 어렵게 만들어 빈부격차가 심해져 사회적 갈등 요소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한 임대주택 렌트비도 덩달아 올라 저소득층의 빈곤화를 부추겨 노숙자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집값을 잡기 위한 성급한 금리인상에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내셔널 인터리스트'의 데스몬드 라크맨 분석가는 "저금리가 주택가격을 올리고 인플레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지만 과열 경기를 식히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실물경제의 연착륙에 위험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주택가격이 자연스럽게 안정을 찾을 것이란 낙관론도 있다. 이들에 따르면 팬데믹이 종료되면 넓은 단독주택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고 저금리 유지에 대한 압박이 덜어질 것이기 때문에 주택 가격은 하향 안정세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샌타페 뉴멕시칸'지의 킴 섀너핸 분석가는 "점차 수요자가 줄어들면서 시장은 균형을 찾을 것"이라며 "2008년과 같은 뻥 터지는 거품 붕괴 소리는 들리지 않겠지만 커다란 파티 풍선에서 바람이 서서히 빠지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고질적인 주택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주택 가격 상승은 팬데믹 이후에도 여전할 것이란 반론도 있다.

서민공동주택 못 짓게 하는 토지용도(zonning) 문제

야후뉴스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2020년 말 기준으로 380만 채의 주택이 부족한 상황인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현재 고급단독주택 단지 위주로 허용되는 토지용도(zonning)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 애틀랜틱' 신문의 데렉 톰프슨은 "미국의 주택 부족을 가져온 가장 큰 악당들은 새로운 아파트(임대주택)와 서민주택단지를 짓지 못하게 하고 있는 당신의 이웃, 지방조례, 지방 정부, 이들이 다 공범이다"고 주택 공급 부족의 원인을 꼬집었다.

이를 반영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서민용 공동주택을 개발하는 지방정부에 50억 달러의 재정지원과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법안을 내놓고 있지만 의회 통과는 미지수다.

U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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