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이후 이슬람 테러에 '올인'…미국 내 극우테러 급증

정치 / 김당 / 2021-09-14 10:45:23
[김당의 단매] 9·11 테러 20주년과 이슬람의 시각
9·11 20주년 추모식…바이든 '단결' 호소, 트럼프는 복싱 해설
'테러와의 전쟁' 개시한 부시, "극우도 똑같이 더러운 자식들"

9·11 테러 20주년을 맞이한 미국은 온∙오프 라인 공간을 가리지 않고 온통 추모의 물결에 휩싸였다.
 

▲ 뉴욕의 옛 세계무역센터(WTC) 자리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9·11 테러 20주년 추도식에 참석한 전현직 대통령들. 앞줄 왼쪽부터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 [AP 뉴시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년 전 11일(현지시간) 오전 비극의 현장 중에서 첫 공격을 받은 뉴욕의 옛 세계무역센터(WTC) 자리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해 "미국의 단결"을 강조했다.

 

9·11 테러는 납치된 보잉 767이 WTC 북쪽 건물에 충돌(오전 8시 46분)한 것을 시작으로 WTC 남쪽 건물(오전 9시 3분), 워싱턴DC 인근 국방부(오전 9시 37분), 생크스빌 추락(오전 10시 3분)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뉴욕에서 2753명이 숨지는 등 총 2997명이 사망했다.

 

9∙11 테러 희생자 2977명+6명 호명하는 데만 4시간

 

추모식은 성조기 입장에 이어 유족들이 당시 희생자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2983명(9·11테러 희생자 2977명에 1993년 2월 WTC 폭탄 테러 희생자 6명을 더한 인원)의 이름이 모두 불리기까지 4시간 넘게 걸렸다.

 

뉴욕 추도식에는 버락 오바마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등 전현직 대통령들이 푸른색 추모 리본을 달고 참석했다. 전임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추모식에 참석하는 대신에 이날 밤 열린 권투경기에서 해설을 했다.

 

9·11 테러 사흘 뒤에 소방관과 자원봉사자, 잔해더미 속의 포크레인이 뒤엉킨 '그라운드 제로' 현장을 방문해 '테러와의 전쟁'을 예고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생크스빌 추모식에 참석했다.
 

▲ 부시 대통령이 2001년 9·11테러 사흘 뒤에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 현장에서 핸드마이크를 들고 연설하고 있다. [미 백악관 홈페이지]


9·11 당시 베이지색 점퍼 차림의 부시는 먼지를 뒤집어쓴 소방관들과 어깨동무한 채 핸드마이크를 들고 이렇게 말했었다.

 

"나는 여러분의 목소리가 똑똑히 들립니다. 전 세계도 여러분의 절규를 들었을 겁니다. 이 건물들을 쓰러뜨린 자들도 곧 우리의 응답을 듣게 될 겁니다."

 

부시가 말한 '우리의 응답'은 그해 10월 테러의 주범인 알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의 배후 근거지인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슬림 미국인들의 삶을 변화시킨 9∙11

 

9·11 20주년을 맞이해 미국의 언론과 방송,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일제히 9∙11 관련 다큐멘터리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알-자지라 방송 등 이슬람 언론들도 9·11 테러의 상흔과 아프간 전쟁을 집중 조명했다. 또한 9·11 공격이 인종 차별을 부추기고 미국 정부의 감시를 증가시켜 수많은 무슬림 미국인들의 삶을 변화시킨 사실에 주목했다.

 

▲ 미국의 '9·11 국립 추모의 길'에서 열리는 자전거대회 ['9·11 국립 추모의 길' 인스타그램 동영상 캡처]


미국 언론과 동영상 서비스들이 당시 생존자와 희생자 유족, 그리고 아프간 전쟁 관련자들의 기억을 재구성한 프로그램을 내보냈다면, 이슬람 언론은 주로 미국의 무슬림과 이슬람 공동체가 겪은 수난과 '끝나지 않은 테러와의 전쟁'에 초점을 맞추었다.

 

알-자지라는 우선 부시 전 대통령이 9·11 테러 이후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우리의 테러와의 전쟁은 알-카에다에서 시작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고 한 발언을 상기시켰다.

 

이어 테러와의 전쟁 이후 알-카에다와 같은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조직은 줄어들거나 분열되거나 약해졌을지도 모르지만, 비슷한 이념적 동정을 가진 단체들은 지구상의 다른 지역, 특히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로 퍼져 나갔다고 지적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국제안보프로그램 책임자인 세스 G. 존스는 "그들은 의심할 여지없이 2001년보더 더 많은 곳에 있다"면서,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과 미군의 병력 철수는 반미 단체들이 수년 동안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조직하고 확산하는 능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존스는 구체적으로 "탈레반 정부의 출현은 아프간이 다시 테러 단체들의 피난처가 될 가능성을 높여준다"면서 "'살라피 지하드(salafi Jihadi)' 조직의 부활을 볼 수 있는 시점에 왔다"고 말했다. 살라피는 이슬람 초기의 순수성을 회복하자는 정치·종교 운동으로 '살라피 지하디'는 지하드(성전)를 수행하는 살라피를 뜻한다.

 
증가하는 미국 내 극우 테러 위협

 
더 우려되는 것은 해외가 아닌 미국 국내로부터 오는 테러 위협이다.

 

미국의 국내 테러 위협은 최근 몇 년간 증가했는데, 특히 트럼프 행정부 동안 회원 수가 증가했고 계속해서 위험을 증가시킨 극우 단체들 사이에서 그러했다. 지난 3월 발표된 미 국가정보국(DNI)의 보고서는 "국내의 폭력 극단주의가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 지난 1월 6일(현지시간) 미국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상원 앞 복도를 점거하고 있다. [AP 뉴시스]


지난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폭도들이 미국 의사당에 난입한 사례가 대표적인 징후이다.

 

갈런드(Merrick Garland) 미 법무장관은 그로부터 5개월여 만인 지난 6월 15일 미국의 '국내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공개했다. 그는 백인 민족주의자들이 가장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면서 법무부는 '국내 테러법'의 통과를 권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위협에 대처하는 데 '올인'해온 대테러 전략이 '극우 사각지대'를 만들어 사실상 그들의 범죄를 방조해온 결과였다. 실제로 미 연방수사국(FBI)의 경우, 대테러 역량의 80%가 해외에 주력하고 있다.

 

FBI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무슬림에 대한 증오 범죄는 2000년 28건에서 9∙11 테러 직후 2001년 481건으로 급증했다. 반이슬람 증오 범죄는 2019년에도 219건을 기록한 가운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최대 유대인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에 따르면, 2019~2020년 미국에서 발생한 극단주의 살인 사건 59건 중 2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극우세력의 소행이었다.

 

9∙11 테러 이후 증오와 차별 증폭

 

▲ '국내 테러' 위협에 직면한 미국의 현실을 보도한 알자지라 방송 홈페이지 [알자지라 홈페이지 캡처]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민권 단체인 '무슬림 옹호자들(Muslim Advocates)'과 일하는 정책 컨설턴트인 수마이야 와히드는 "9∙11 테러 이후 증오와 차별이 증폭되었다"고 강조했다.

 

9∙11 테러 발생 45일 후, 2차 테러 공포에 사로잡힌 미 의회는 사법 기관이 테러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인들의 온라인과 전화 통신을 감시하고, 활동을 추적하는 것을 더 쉽게 하는 미국 애국법(USA Patriot Act)을 98 대 1(상원)과 356 대 66(하원)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부시 행정부는 애국법에 근거해 2003년 '테러리스트 스크리닝 데이터베이스(TSDB)로 '워치 리스트'를 만들었다. 2016년 당시 목록에 있는 약 백만 명의 사람들 중 약 5000명이 미국 시민과 영주권자들이었다.

 

역사의 시계는 1941년 진주만 폭격 이후 일본과 협력한 증거가 전혀 없음에도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서부에 거주하는 일본계 미국인들을 소개(疏開)∙억류했던 야만의 시절로 되돌아갔다. 사실상 예비검속된 11만 명 중에 3분의 2는 미국 시민권자였다.

 

무슬림 미국 시민권 단체들은 TSDB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미국 정부를 고소했다. 하지만 지난 3월 항소법원은 TSDB 시스템이 같은 방식으로 계속 작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이슬람 관계 위원회의 로버트 맥코 국장은 "9∙11 테러 직후 미국에 거주하는 모든 이슬람교도들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프리즘 아래 놓였다"면서 "예배 장소, 시민 사회, 학생 단체, 그리고 심지어 기업들도 연방 정부에 의해 감시되었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FBI는 또한 수천 명의 정보원을 배치하여 사람들이 서로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켰다고 맥코는 덧붙였다.

 

이슬람 포비아를 부추기고 선거에 활용한 트럼프

 

1970년대 파키스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팟캐스트 제작자 아사드 버트(41)는 9∙11 테러 직후 공격을 피하기 위해 집에 성조기를 꽂았던 것을 회상하며 알자지라에 이렇게 말했다.

 

"당시 이슬람교도인 우리는 모두 등에 '표적'이 있었어요. 무슬림 미국인들은 지난 20년 동안 이슬람 포비아와 인종 차별, 정부의 스파이 행위 등으로 크게 고통받아 왔습니다."

 

미국 '퓨 리서치 센터'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82%는 이슬람교도들이 미국에서 "어느 정도" 차별을 받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56%는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무슬림 정서를 증폭시키고 2016년 대선 가도에 활용한 정치인이 바로 트럼프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0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 탑승에 앞서 고별 연설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트럼프는 '뉴저지의 무슬림 미국인들이 9∙11 테러를 축하하는 것을 봤다'는 페이크 뉴스를 퍼뜨렸다. 와히드는 2015~2016년 트럼프의 대선 캠페인 시기에 무슬림이 대한 폭력이 급증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면서 "그의 반이슬람 정치는 무슬림에 대한 폭력과 증오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에서 극단주의자가 이슬람 근본주의자보다 위험하단 지적은 통계로 입증된다.

 

미국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9·11테러 이후 미국 내 테러리스트에 의해 숨진 사람은 251명인데 이들 가운데 극우파 테러리스트에 의해 숨진 사람이 114명으로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를 자처한 이들의 손에 목숨을 잃은 사람(107명)보다 많았다.

 

미 국무부 대테러 담당 출신인 제인스 블라자키스는 최근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우리는 제2의 9·11 테러가 내부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현실적 가능성을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20년 전 '그라운드 제로'에서 핸드마이크를 잡았던 부시조차도 생크스빌 추모식에서 "미국 내 극단주의자와 국외 테러리스트는 똑같이 더러운 정신의 자식들"이라며 미국 내 극우에 9·11테러범급 딱지를 붙였다. 테러와의 전쟁이 빚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물론 우리가 경찰국가에서 살게 된다면 (이 법으로) 테러리스트를 잡는 일이 더욱 쉬워질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 나라는 미국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의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자유를 지키는 것입니다. 만일 미국인의 자유를 희생시킨다면 우리는 총 한방 쏘지 않은 채 이 전쟁에서 패배하게 될 것입니다."

 

20년 전 상원에서 유일하게 애국법에 반대표를 던진 러셀 파인골드 의원(위스콘신 주)이 표결에 앞서 했던 경고는 미국인들에게 뼈아픈 현실이 되었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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