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대형병원 의사, 백만원 촌지 건네자 목소리부터 달라졌다

사회 / 이원영 / 2021-09-14 17:13:31
"환자 위해 최선 다하는 게 의사 소명인데"
"아직도 이런 관행 남아 있는 것 같아 씁쓸"
지방에 살고 있는 A(41) 씨는 경기도 고양에서 건축자재 일을 하는 아버지(76)가 갑자기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하게 상경했다. 평소 술·담배를 안 하고 일 밖에 모르는 분이어서 늘 과로가 걱정되던 차였다.

부친은 서울 강남의 한 대형병원에 입원했다. 갑자기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잘 걷지도 못해 응급실로 실려갔다고 한다. 의사에게는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고, 종합 진단을 해봐야 한다는 말만 들었다. 답답하고 걱정됐다.

친지들 몇 명도 병원에서 만났다. 그 중에 한 명이 "담당 의사에게 성의를 표시하라"고 했다. 친지는 2년 전 관절 수술 받을 때 의사에게 성의를 표했더니 진료 시간도 길어지고 무척 친절해지더라는 경험담을 전했다.

아무래도 환자 가족이 성의를 표시하면 그래도 좀 더 신경 써서 진료를 해주지 않겠냐는 말이었다. 촌지를 좀 건네라는 뜻이었다.

황당했다. 응급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의사들의 본업인데 더 잘 해달라고 촌지까지 쥐여줘야 한단 말인가. A 씨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아버지의 상태가 위중하고, 의사의 정성의 정도에 따라 생명이 오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봉투를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를 준비해야 하냐고 물으니 친지는 최소 100만 원은 넣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잖아도 빠듯한 형편인데 병원비에다가 촌지까지 부담해야 하는가.

A 씨는 "우리 아버지 잘 부탁합니다"는 말과 함께 담당의사에게 어색하게 봉투를 건넸고, 의사는 아닙니다, 라고 한번 거절하더니 재차 건네자 받아들었다. "네, 잘 돌봐 드리겠습니다"는 말과 함께.

"봉투를 건네고 나서부터는 의사의 목소리부터가 달라지더군요. 이것저것 설명도 친절하게 해주고요. 처음 촌지를 줘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럴 필요가 있겠나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위중한 아버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으니 그럴 수밖에 없더군요."

A 씨는 "환자 가족은 의사에게는 매달리며 절대적인 을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경제적으로도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그런 환자 가족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비록 간절한 마음에 봉투를 건네더라도 절대 받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개운찮은 감정을 드러냈다.

요양센터를 운영하는 간호사 B(65) 씨는 "요양병원에도 촌지 수수가 금지되어 있지만 환자 가족들이 요양사와 의료진에 몰래 촌지를 건네는 모습이 흔하다. 돈 준 환자는 잘 봐주고 그렇지 않은 환자는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병원에서 촌지가 웬말인가. 주지도 받지도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U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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