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세계, 상반기 임원 보수 12% 깎고 총수 딸은 17% 올렸다

경제 / 탐사보도팀 / 2021-09-17 11:24:17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총수 일가 상반기 급여 84억 수령
국내 60대 재벌 반기보고서 비등기 총수일가 보수 분석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등기이사보다 12배나 많이 받아
올 상반기에도 일부 국내 재벌 대기업 총수는 비등기이사(미등기임원)임에도 불구하고 등기이사 전문경영인보다 수십 배 많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비등기이사는 법률상의 이사가 아니다. 이사회에 참석할 권한이 없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 이사회는 등기이사들로 구성되며, 주주총회 소집과 대표이사 선임, 주요투자 결정 등 회사 경영전반의 중요사항을 의결하는 기구다.

▲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가운데)이 2016년 12월15일 대구신세계백화점 개점 행사에 참석해 권영진 대구시장(왼쪽), 장재영 신세계 사장(오른쪽, 현 신세계인터내셔날 총괄대표)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UPI뉴스가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정한 60대 대기업 집단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비등기이사인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상반기에만 보수를 43억8534만 원을 받았다. 3억6687만 원인 하이트진로 등기이사 평균 보수(급여·상여금 등 포함)보다 12배에 달한다. 하이트진로 비등기이사 평균치는 1인당 3억5133만 원이었다.

박 회장의 상반기 보수는 지난해 분(53억8033만 원)의 81.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박 회장은 급여에 있어선 지난해 대비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상여금과 기타 소득부문에서 100%, 50%씩 올라 전년 동기대비 상승률이 62%에 달했다. 같은 기간 51%를 기록한 전문경영인(등기이사)인 김인규 대표 상승률보다 높다.

▲ 2021년 반기보고서 기준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하이트진로 제공]

'비등기' 이해욱 DL 회장도 등기이사보다 4.8배 많은 돈 받아

현재 비등기이사로 올라 있는 이해욱 DL(옛 대림산업) 회장도 상반기 23억2500만 원을 받아 등기이사 평균액(4억8900만 원)보다 4.8배 많았다. 이준용 명예회장 아들인 이 회장은 DL 외에 계열사인 DL이앤씨에도 비등기이사에 올라 있으며 올 상반기 7억7500만 원을 수령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총수 일가(이명희 회장, 정재은 명예회장,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총괄사장, 문성욱 부사장)가 상반기 동안 84억2200만 원을 받아 갔다. 문 부사장은 정유경 사장의 남편이다. 신세계그룹 등기이사 평균치는 36억8600만 원이었다.

정 총괄사장은 올 상반기 16억4600만원을 받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가량 올랐다. 또 다른 비등기이사인 이명희 회장과 남편 정재은 명예회장은 2.1% 올랐다. 이 회장 부부는 나란히 이마트와 신세계 비등기이사로 올라가 있다. 두 곳에서 똑같이 21억9800만 원을 받았다.

반면 코로나19 여파로 내수경기가 침체된 탓에 신세계 등기임원 평균 보수는 같은 기간 12.6% 가량 줄었다. "총수 일가는 비상경영, 긴축 경영의 '무풍지대'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현 CJ 회장 일가, 그룹 계열사 여러 곳 미등기 임원 겸직

또 일부 총수 일가는 계열사 여러 곳에서 비등기이사를 겸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주사 역할을 하는 (주)CJ에서 비등기이사로 근무하면서 올해 상반기만 15억5000만 원을 받아, 등기이사인 김홍기 대표(5억2400만 원)보다 2.9배 많았다.

▲ 2021년 반기보고서 기준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뿐만 아니라 이 회장은 비등기이사임에도 불구하고 CJ ENM에서도 9억 원을 받아갔다. CJ제일제당의 14억 원까지 포함하면 38억5000만 원을 받은 것이다. 이 외에도 이 회장은 CJ CGV, CJ대한통운에도 비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들 기업에서 이 회장 보수는 5억 원 미만이어서 반기보고서에 기재되진 않았다.

CJ ENM에서 비등기이사로 재직 중인 누나 이미경 부회장도 상반기에만 10억 원을 받았다. 등기이사 평균치(2억3500만 원)의 4.2배에 달한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이 회장 부인 김희재 씨도 CJ와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NM에 나란히 비등기이사(부사장)로 이름을 올렸다. 비상장 회사인 CJ건설 부사장까지 합치면 CJ그룹 계열사 내 무려 다섯 군데나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이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 세 번째)과 부인 김희재 씨(왼쪽 네 번째)가 2017년 5월17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에서 열린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CJ그룹 제공]

이재현 회장 부인, 마케팅·기획·대표이사실 등 보직도 다양

김 씨의 회사 역할도 제각각이다. CJ와 CJ ENM에선 마케팅 지원 총괄, CJ 대한통운에선 리조트부문 기획담당, CJ제일제당에선 근무처가 그냥 '대표이사실'로 기재돼 있다. 어떤 전문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김 부사장 외에도 CJ그룹엔 이 회장 장녀 이경후 씨가 CJ ENM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2008년 미국 뉴욕 씨티은행 근무 시절 이 부사장을 만나 결혼한 사위 정종환 씨도 CJ와 CJ대한통운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하나같이 비등기이사다.

최근 몇 년 사이 비등기이사 보수 데이터는 다양한 형태로 공개되고 있다. 임원 보수와 관련해 공개 범위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 것은 성과에 따른 적절한 급여가 제공되고 있는지를 감독하기 위해서다. 상장사의 경우 보수가 5억 원 이상인 임원에 한해 구체적으로 보수를 공시토록 하고 있다.

▲ 2021년 반기보고서 기준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도 비등기이사보다 8배 많이 받아

이 때문에 비등기이사로 올라가 있는 상당수 재벌 총수 일가는 보수가 5억 원을 넘지 않는다. 이번 UPI뉴스 조사에서 삼성을 비롯해 60대 그룹 대부분의 비등기 총수 일가 보수가 5억 원을 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들 총수 일가가 회사로부터 얼마씩 받고 있는지는 현재로선 확인하기 힘들다. 비등기임원 평균 보수는 아무래도 등기임원보다 낮다.

그러나 대부분이 대주주로 있어 이사회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게 현실이다. 이를 감안할 때 총수 일가가 일반 비등기이사 평균치를 받는다고 보기란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비등기이사로 있는 총수 일가에 막대한 보수가 책정될 수밖에 구조라는 뜻이다. 동국제강그룹이 대표적이다.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의 올 상반기 보수는 17억6000만 원으로 등기이사 4명의 평균치(5억3500만 원)의 3.3배 였다. 하지만 이들 4명의 보수총액(21억3800만 원)에서 대표이사인 장세욱 부회장 보수(15억700만 원)를 빼면 전문경영인 등기이사의 평균은 1인당 2억1030만 원이다. 장 회장과는 무려 8.3배차다. 장 부회장과 장 회장은 형제다.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에 따르면 등기이사는 기업 인수·합병(M&A) 등 대규모 투자부터 임원 선임·해임 등 인사까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권한 만큼 책임도 뒤따른다. 등기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할 경우 연대책임을 져야 하는 게 가장 크다. 중대재해법 등 경영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재벌가로선 등기이사 등재가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노조와의 갈등도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때문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학계에선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가 요구되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등기이사보다 법적 책임이 덜한 비등기이사인데도 단순히 총수 일가라는 이유로 막대한 보수를 받는 지금의 재계 문화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 총수 일가는 대부분이 대주주여서 배당이라는 보너스도 받는다.

"복수 계열사로부터 돈 받는 총수 일가 연봉 공개해야"

지난 8월 경제개혁연구소가 공개한 '2019-2020 임원 보수 공시현황 분석'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 5억 원 이상 보수를 받아 간 기업 임원 가운데 직원 평균 보수와의 격차가 큰 임원 상위 30명이 해당 기업 총수 일가였다.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 소장은 "5억 원 이상 등기임원과 5억 원 이상 등기임원 및 미등기임직원 중 상위 5명 개별보수를 공시하게 돼 있는 현행 제도를 등기임원 전원과 미등기임직원 중 상위 5명으로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복수 계열사로부터 보수를 받는 경우엔 기업집단 내에서 받은 액수를 합산해 공시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총수와 총수 일가 등기임원 등재를 유도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남은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소장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한국 경영환경 상 총수가 실질적으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될 수 없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총수의 책임경영 강화 측면에서 등기임원 등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UPI뉴스 / 탐사보도팀 송창섭·조현주·남경식 기자 realsong@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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