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벌경영 세대교체…등기임원 5명 중 1명 'MZ세대'

경제 / 탐사보도팀 / 2021-09-27 16:37:09
[60대 재벌 총수일가 285명 등기임원 전수조사]
재계 뉴리더 'MZ세대' 등기임원 49명(17.2%)
총수일가 평균 2.0개 임원 겸직…총수는 2.8개
"총수일가라도 사내경쟁 통해 능력 검증 받아야"

국내 주요그룹에서 총수일가 중 이른바 'MZ세대' 다수가 등기이사에 올라 임원을 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MZ세대(2030세대) 등기이사는 총 49명에 달했다. 이밖에도 총수일가가 여러 회사에서 등기임원을 겸직하며 그룹 내 장악력을 키워나가는 사례도 포착됐다. 해외에서 최고경영자(CEO) 중심으로 회사가 운영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선 여전히 총수일가 중심으로 기업이 운영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 지난 3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대기업 사옥 모습. [문재원 기자]


UPI뉴스는 기업현황공시와 각 계열사 법인등기부등본을 바탕으로, 올 상반기 기준 국내 60대 그룹 총수일가(총수, 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기이사 등재 현황과 그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집계한 자산 기준 5조 원 이상 국내 대기업집단은 총 71개다. 이 중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은 60개. 이번 조사는 60대 그룹에 속한 2465개 회사와 285명 총수일가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최연소 등기임원, 삼양김율희 24

우리, 종업원 수 5명 사내이사 4

60개 그룹 총수일가 중 등기이사로 올라가 있는 MZ세대는 총 49명으로 전체(285명)의 17.2%를 차지했다. 이 중 1990년대 생 등기임원은 10명(3.5%)이었다.

최연소 등기임원은 삼양홀딩스 계열사 주식회사 우리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김율희(24) 씨다. 김 씨는 고(故) 김상하 삼양그룹 명예회장 손녀이자,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조카다. 부동산 임대업체인 우리는 김 회장 장남 김건호(37) 씨가 대표이사로 있다. 이밖에 김 회장 조카 김태호(32) 씨, 김희원(27) 씨도 사내이사로 올라있다. 직원이 5명에 불과한 회사에 김윤 회장 혈족 4명이 모여 있는 셈이다. 

 

20대부터 일찍이 '경영수업'을 시작한 90년대 생 총수일가는 이외에도 많다. 우오현 삼라마이다스(SM)그룹 회장 아들 우기원(29) 씨는 삼라마이더스 사내이사와 삼라 감사직 등을 맡고 있다. 딸 우건희(30) 씨도 삼라마이다스 사내이사와 신촌역사 감사로 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차남 김민성(27) 씨는 호반산업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아들 김준영(29) 씨는 제이에이치제이 사내이사, 문주현 엠디엠 회장 장녀 문현정(31) 씨는 계열사 엠디엠 사내이사가 됐다. 그는 현재 엠디엠플러스·쏘울컬렉션·엠디엠에프엔씨 사내이사직도 겸하고 있다. 구교운 대방건설 회장과 혈족관계인 권유나(29) 씨는 계열사인 디아이주택개발 사내이사로 일하고 있다.

 

대표이사 직함 가진 'MZ세대 총수일가' 12

 

▲ 자료: 2021년 상반기 기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각 법인등기부등본. [탐사보도팀]


49명의 MZ세대(2030세대) 총수일가 등기임원 중 대표이사 직함을 가진 이는 총 12명이었다.

 

정기선(39)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2018년 1월 사후관리(AS) 계열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가 됐다. 구자열 LS그룹 회장 아들인 구동휘(38) 씨는 E1 대표이사와 LS네트웍스 사내이사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 김동관(37) 씨는 한화솔루션 대표이사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이들은 모두 미국 유학생활을 거친 뒤 그룹에 입사해 초고속 승진한 케이스다. 정기선 부사장은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에서 이듬해 상무, 2015년 11월 전무, 2017년 11월 부사장이 됐다. 구동휘 대표는 2013년 LS산전 경영전략실 차장에서 2019년 전무로, 김동관 대표도 2010년 한화그룹 회장실 차장으로 입사한 뒤 10년 만에 대표이사 명함을 쥐었다. 셋 다 3세 경영의 전면에 나섰다는 평가다.

▲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왼쪽)와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한화·현대중공업그룹 제공]


본격적으로 2세 체제로 전환 중인 곳도 있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아들인 김동준(37) 다우키움그룹 부사장은 키움프라이빗에쿼티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의 아들 권재현(35) 반도홀딩스 상무는 코어스트랜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김동준 부사장은 2014년 다우기술에 입사한 뒤 4년 만에 대표에 올랐다. 일찌감치 경영수업에 들어갔던 권재현 상무는 2015년부터 반도홀딩스 지분 30.06%를 갖고 있다. 권 회장에 이은 2대 주주다.

 

이밖에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처조카인 신현성(35) 더기프팅컴퍼니 사외이사는 차이코퍼레이션과 아리앤댄 대표이사,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그는 신직수 전 중앙정보부장 손자이기도 하다. 홍 회장의 차남인 홍정인 씨도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사외이사와 함께 제이에이치앤드컴퍼니 대표이사, 다보중앙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SM그룹, 총수·총수일가 최다 겸직
우오현 회장 12개 회사 이사 겸직

국내 60대 그룹 총수일가 등기임원 겸직 현황을 조사한 결과, 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총수일가는 1인당 평균 2.0개 직함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본인의 경우 평균 2.8개 직함을 갖고 있었다.

총수일가가 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대기업은 총 58개며, 285명의 총수일가가 568개 등기이사 직함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총수 본인이 등기임원으로 있는 곳은 36개 그룹이다. 36명의 총수는 본인 명의 직함을 101개나 갖고 있다. 반대로 총수일가 중 등기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그룹은 미래에셋과 코오롱으로 조사됐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각 법인등기부등본. [그림 김상선]


총수 본인이 가장 많이 등기임원을 겸직하고 있는 곳은 'SM 우오현'(12개)이며, '하림 김홍국'(7개), '롯데 신동빈'(5개)·'영풍 장형진'(5개)·'아모레퍼시픽 서경배'(5개) 순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 1인당 평균 등기임원 겸직 수는 'SM'(5.2개), '아모레퍼시픽'(5.0개), '태영'(3.5개)·'한라(3.5개)'·'아이에스지주'(3.5개) 순이었다.

 

채이배 "많은 계열사 이사 맡으면 충실성 떨어져"

 

이번 조사에서 총수일가라는 이유만으로 어린 나이에 초고속 승진하는 행태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총수일가라 하더라도 사내경쟁을 통해 능력을 인정받는 경영수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이자 공인회계사 출신인 채이배 전 국회의원은 "단지 총수일가라는 이유만으로 이른 나이에 별다른 절차 없이 고위직을 맡는 건 올바른 경영수업 방식이 아니라고 본다"며 "공개된 상장기업의 경우 이런 식의 채용은 굉장히 불공정한 행위다. 총수 즉 대주주가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이런 문제가 걸러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 내부에서 충분한 경쟁과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이 (경영진이) 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다만 MZ세대 총수일가는 정경유착, 전횡적인 경영 등 과거의 불법과 편법을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벌 총수일가의 계열사 등기임원 겸직도 단골 논란거리다. 경영능력을 검증받지 못한 오너 3~4세가 등기이사에 '불쑥' 이름을 올리고 동시에 총수는 '책임경영'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임원 겸직 숫자를 불려 나갔다. 여러 회사에서 엄청난 몫의 보수를 챙겨가는 총수일가를 두고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채 전 의원은 "총수가 등기임원을 맡는다는 것 자체는 책임경영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너무 많은 계열사 이사를 맡으면 일에 대한 충실성이 떨어져 '이사의 충실의무'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외이사의 경우 상법상 등기임원을 2개까지만 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사내이사는 이런 제한 요건이 없다"며 "총수가 보수 수령을 목적으로 과도하게 겸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보수에 대한 제한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총수일가 등기임원 평균연령 53.9…'검은 머리' 미국 국적 보유자 6

 

이번 조사에서 60대 그룹 총수일가 등기임원 평균연령은 53.9세로 나타났다. 연령대로 살펴보면 40대(67명), 50대(63명), 60대(60명), 30대(45명), 70대(35명), 80대(9명), 20대(6명) 순이다.

최고령 등기임원은 장영신(85) 애경그룹 회장이다. 장 회장은 국내 최초 여성 CEO(최고경영자)라는 수식어가 붙은 기업인이다. 애경그룹 계열사 '우영운수'와 '비컨로지스틱스'의 김보겸(80) 대표이사도 80대 등기이사 중 하나다. 김보겸 대표는 장영신 회장 셋째 오빠인 장위돈 전 서울대 교수 부인으로 장 회장의 올케다.

 

총수일가 등기임원 중 외국 국적을 가진 이는 총 6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모두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몽규 HDC 회장의 배우자인 줄리앤 김(한국명 김나영·55) 씨가 있다. 김 씨는 김성두 전 대한화재해상보험(현 롯데손해보험) 사장의 딸로 1990년 정 회장과 결혼했다. 현재 엠엔큐투자파트너스 이사와 호텔에이치디씨 감사를 겸직하고 있다.

이우현(53) OCI그룹 회장 국적도 미국이다. 이밖에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조카인 이휘령(59) 세아제강 대표이사, 홍정도 중앙홀딩스 회장 처조카인 신현성(35) 더기프팅컴퍼니 사외이사, 정몽진 KCC 회장과 인척인 권존혁 ㈜아일랜드 사내이사, 이은선 삼천리이엔지 기타비상무이사 모두 국적이 미국이다.

UPI뉴스 / 탐사보도팀 조현주·김이현·남경식 기자 chohj@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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