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명의' 재산에 날아온 '증여세'…부부증여 면세 어디까지

경제 / 안재성 / 2021-10-08 20:01:27
생활비 계좌 이체까지 증여세 추징당하기도
"면세 한도 6억 안팎 고액 재산은 조심해야"
'외벌이 부부'의 남편은 매월 아내 명의 계좌로 돈을 이체한다. 아내는 그걸로 살림을 꾸리고, 재테크도 한다. 대한민국 가계의 흔한 풍경이다. 가계는 경제공동체이며, 부부재산은 '공동재산'이란 게 상식이다. 

세무당국의 시각은 다르다. 예·적금, 펀드, 주택 등 아내 명의로 생기는 모든 재산을 증여로 간주한다. 아내 명의의 고액 재산에 증여세를 부과한다. 덩달아 매월 이체되는 생활비까지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 국세청은 남편이 보낸 돈으로 아내가 재테크를 하는 걸 증여로 간주하므로 특히 아내 명의로 고액 재산이 생길 경우 주의해야 한다.[게티이미지뱅크] 

일례로,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사업가 A(45·남) 씨는 종합부동산세를 줄이기 위해 공시가격 5억 원 가량인 아파트 한 채를 아내 명의로 바꿨다가 종부세 감액분보다 훨씬 많은 증여세를 두드려맞았다.

부부 간 증여는 10년간 최대 6억 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되는데, 국세청은 A 씨가 과거 10년간 생활비 목적 등으로 아내 명의 계좌에 이체한 돈도 태반을 현금 증여로 판단한 것이다. 아내가 생활비 지출 외에 재테크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남편이 보내준 돈으로 아내가 예·적금, 주식, 부동산 등에 투자했을 경우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매월 적게는 500만 원에서 많게는 800만 원까지 이체했는데, 국세청은 이 중 약 5억 원을 현금 증여로 산정했다. 아파트까지 합쳐 약 10억 원이 증여 재산으로 인정되면서 면제 한도(6억 원)을 뺀 4억 원 가량이 과세 대상이 됐다. 결국 A 씨에게 6000만 원에 가까운 증여세가 부과됐다.  

B(33·남) 씨는 결혼 후 매월 1000만 원 이상씩을 아내 명의의 계좌로 이체했으며, 아내는 생활비로 쓰고 남은 돈으로 저축·투자를 했다. 아파트 청약도 아내 명의로 했는데, 청약에 당첨되자 계약금을 내기 위해 B 씨가 대출을 받아 4억 원 이상을 아내 명의 계좌로 이체했다.

아내 명의의 분양권이 생기자 국세청은 청약 계약금뿐만 아니라 결혼 후 6년 간 생활비 목적 등으로 보낸 돈도 태반을 현금 증여로 판단해 증여세를 추징했다. 국세청은 B 씨의 증여 재산을 약 9억 원으로 계산, 과세표준 3억 원에 약 4000만 원의 증여세를 물렸다. 

B 씨의 지인인 C(33·남) 씨는 B 씨의 이야기를 듣고는 화들짝 놀라 세무사를 찾았다. C 씨도 매월 아내 명의의 계좌로 돈을 이체했으며, 작년에 아내의 부탁으로 공시가격 6억 원인 주택을 부부 공동명의로 등록했다.

다행히 C 씨의 아내는 C 씨 명의의 카드를 함께 써서 계좌 이체한 돈은 매월 300만 원 정도로, B 씨보다 훨씬 적었다. 세무사로부터 이 정도는 면제 한도를 넘을 가능성이 거의 없어 국세청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렸다. 

세무법인 관계자는 "관건은 국세청의 관심을 끌만한 고액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며, 동시에 아내 명의의 고액 재산이 생겨났는가 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소 남편이 매월 상당한 수준의 돈을 이체해 아내가 그 돈으로 재테크를 하고 있으며, 면세 한도인 6억 원 안팎의 아내 명의 재산이 생겨난 경우가 요주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요새 국세청의 태도가 엄격해지면서 A 씨나 B 씨처럼 뜻하지 않게 증여세를 부과받아 상담을 신청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부연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생활비로 쓴 돈은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빼준다"고 말하지만, 실제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일단 증여세가 부과된 뒤에는 생활비로 썼다는 걸 소명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소명해도 통하지 않아 결국 소송까지 가는 케이스도 여럿이다.

세무법인 관계자는 "특히 기획 세무조사를 나왔을 경우는 팀별 실적이 달려 있어서 국세청의 태도가 한결 더 깐깐해진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예방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세무사는 "평소 생활비를 남편 명의 카드로 쓰거나 남편 명의 통장으로 재테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또 "청약 등 큰 돈이 필요할 때 아내 명의로 대출을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이토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한 전업주부는 "아내도 엄연히 가정의 재산 형성에 기여했는데, 왜 전부 증여로 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가사노동의 가치는 '제로(0)'인가"라고 반문했다.

U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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