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그분'과 유동규 핸드폰…'윗선'과 밀당 사인?

정치 / 허범구 / 2021-10-13 16:05:49
유동규 핸드폰 소란…'SOS 겸 협박 시그널' 해석
김만배 "'그분', 구사업자 갈등 막으려다 나온 말"
오해 소지 발언 시인…오락가락 해명에 의구심 증폭
남욱 "그분, 유동규엔 안쓰는 표현"…제3의 인물설
이재명, 金씨 질문에 침묵…윤석열 "이재명 가리켜"
검찰은 지난달 29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유 전 본부장은 급하게 창문을 열고 휴대전화를 던져버렸다. 휴대폰은 대장동 의혹 핵심 증거로 꼽혔다. 검찰은 집 주변을 뒤졌으나 찾지 못했다. '면죄부 수사' 논란이 일었고 휴대폰 행방은 핫이슈가 됐다.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JTBC 캡처]

유 전 본부장은 왜 이렇게 떠들썩하게 반응했을까. 그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사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3일엔 변호인을 통해 "수면제와 술을 먹고 자서 피곤한 상태였다"며 "새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홧김에 던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 전 본부장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그는 '대장동 사업 설계자' 의혹에 "터무니 없다"고 반박했으나 상황은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유 전 본부장이 '윗선'을 향해 'SOS와 협박'을 겸한 제스처를 취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 야권 인사는 "유 전 본부장이 핸드폰 소란을 통해 '비밀을 지킬테니 최대한 보호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며 "안 그러면 불겠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유 전 본부장이 윗선과 '밀당'하는 것으로 비친다는 얘기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3일 구속됐다. 문제의 휴대폰은 검찰이 아닌 경찰이 찾았다. 경찰은 유씨 휴대폰 포렌식 절차에 착수했다. 유 전 본부장 휴대폰은 보안성이 강화된 최신 기종으로 알려졌다. 최근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포렌식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유 전 본부장이 밀당을 노렸다면 시간은 넉넉한 셈이다.

유 전 본부장이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폰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연대(법세련) 이종배 대표는 "지금 포렌식 의미가 있겠느냐"며 "바꾸기 전 예전 폰을 찾는데 수사를 집중하도록 촉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 핸드폰 만큼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씨의 '그분'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씨는 화천대유가 100% 소유한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와 관련해 '그분'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을 불렀다. 더욱이 해명하는 과정에서 세차례나 말을 바꿔 의혹을 키웠다. 김씨의 오락가락한 태도는 윗선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그분'을 둘러싼 '대장동 패밀리' 진술이 엇갈리면서 파문이 증폭되고 있다.

'그분'은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 등장한다. 녹취록에는 김씨와 정 회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대책을 논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위례자산관리의 대주주 정재창씨가 유 전 본부장의 '3억 원 뇌물 사진'을 보여주며 150억 원을 요구한데 대한 것이었다.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는 김씨에게 "천화동인 1호 배당금(약 1208억 원)에서 일부를 부담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김씨는 "그(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다. 너희도 알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그분'이 누구를 뜻하는 것인지는 녹취록에 나와 있지 않다. 김씨는 유 전 본부장보다 네 살 위다. '그분'은 유 전 본부장 '윗선'으로 추정된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700억 원을 받기로 김씨 등과 합의했다. 녹취록 내용 등을 감안하면 7000억 원대의 개발 이익 분배 등에 관한 이면 합의가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김씨측은 검찰 조사를 받기 전 입장문을 통해 "그와 같은 말('그분')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또 "천화동인 1호는 김씨 소유로, 그 배당금을 누구와 나눌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그러나 지난 12일 새벽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말을 바꿨다. 그는 "천화동인 1호는 의심의 여지없이 화천대유 소속이고 화천대유는 제 개인 법인"이라고 했다. 이어 "제 입장에서는 더 이상의 구(舊) 사업자들 갈등은 번지지 못하게 하려는 차원에서 그리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녹취록에 나온 '그분' 발언 사실은 시인한 것이다.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진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씨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그는 12일 새벽 검찰 조사를 받고 나왔다. [뉴시스]

그는 그러나 당일 오후 변호인을 통해 "그런 말을 한적이 없다"고 번복했다. 김씨가 장시간 조사를 받아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잘못 말했을 수 있다는게 김씨 변호인측 설명이다.

"구 사업자들 갈등은 번지지 못하게 하려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는 대목은 여운을 남긴다. 일단 김씨가 자신에게로 남 변호사, 정 회계사 등의 돈 문제 갈등이 튀지 않게 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취지로 여겨진다. 그러나 김씨가 앞뒤 안 맞는 말을 자주 해온 터라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씨의 해명은 '윗선이 있으니 싸우지 말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김씨가 왜 구태여 오해의 소지를 낳을 수 있는 발언을 했다고 시인했는지 의문이다.

앞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는 검찰에 낸 자술서에서 천화동인 1호 소유주가 유 전 본부장임을 시사했다. 정 변호사는 남 변호사 대학 후배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정 변호사에게 이혼자금 수억 원을 빌려달라고 부탁하며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자술서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만배에게 차명으로 맡겨 놓았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이 "김만배에게 700억 원을 받기로 합의했고 곧 받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한 내용도 자술서에 적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장동 의혹 키맨인 남 변호사가 지난 12일 JTBC 인터뷰에서 다른 입장을 밝히면서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논란은 증폭되는 양상이다.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와 함께 2009년부터 대장동 민영 개발을 목표로 주변 토지를 사들이고 토지 소유주들을 설득하는 등 사업 초기부터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다. 대장동 사업으로 남 변호사의 천화동인 4호는 1007억 원을, 정 회계사의 천화동인 5호는 644억 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남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김씨가 유동규 전 본부장을 '그분'이라고 지칭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에 "그런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남 변호사는 호칭을 묻는 질문에 "저희끼리는 형, 동생이었다"며 "가장 큰형은 김만배씨"라고 말했다.

남 변호사 주장에 따르면 '그분'은 유 전 본부장이 아니라 '제3의 인물'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윗선'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가 지인들에게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다녔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그분' 정체가 대선 정국의 중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가을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내가 이재명 경기도지사하고 친하다"고 말했다고 동아일보가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여권 인사들도 많이 안다"고 자랑했다. 식사 자리 한 참석자는 "김씨가 '그러니까 (나한테) 잘해라. 잘하면 인마, 똥파리도 소꼬리에 붙어 있으면 천리를 간다고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아무리 보호막을 쳐도 상식을 갖춘 사람들은 '그분'이 누군지 짐작한다"며 "이재명 지사를 가리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전날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그 분'에 대해 "어떤 분인지 사실 심증들은 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물증이 없을 뿐"이라며 "물증은 아마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를 향해 "몸통이 아니란 것을 증명하려면 특검을 수용하면 된다"고 압박했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만배씨를 아느냐는 질문을 받았으나 대답하지 않았다.

U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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