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 칼럼] 용서받을 기회 영영 사라진 '멘탈갑' 전두환

정치 / 류순열 / 2021-11-23 11:33:34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가 23일 아침 90년 삶을 마감했다. 아쉬움은 없을 것이다. 그 긴 세월을 전 씨는 '멘탈갑'으로 살다 갔다.

늘 화려한 건 아니었다. 1990년대 중반의 전 씨는 잠깐 동안 초라했다. 친구이자 쿠데타 동지 노태우 전 대통령과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란히 선 모습은 권력무상을 실감케 했다. 

검찰은 당시 내란수괴죄로 전 씨에게 사형, 노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그만큼 중대 범죄자였다. 천문학적 규모의 뇌물수수죄도 추가됐다. 최종심에서 무기징역, 징역 17년으로 각각 감형되었지만 의미 없는 선고였다. 1997년 12월 대선 직후 특별사면으로 풀려났기 때문이다. 사면권자는 김영삼(YS) 당시 대통령인데, 김대중(DJ) 대통령 당선인과 교감했을 것이다. 

그렇게 한국 현대사를 질식케 한 12·12, 5·18사건은 법적으로 단죄되었지만 그들은 죗값을 다 치르지 않고 자유의 몸이 됐다. 이후 그들은, 특히 전 씨는 결코 초라하지 않았다. 옛 권세의 연장선에서 떵떵거리며 멘탈갑의 삶을 살았다.

"통장에 29만 원밖에 없다"면서 돈만 잘 쓰고 다녔다. 추징당하지 않게 숨겨놓은 돈이 많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전 씨가 재벌기업에서 거둬들인 뇌물은 1조 원에 육박한다. 법원은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했는데 절반 가량은 끝내 납부하지 않았다.

대권을 마구 휘둘러봐서인지 전 씨의 멘탈은 흔들리는 법이 없었다. 그 단단한 단면은 종종 대중에 노출됐다. 2019년 11월 강원도 홍천의 골프장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줬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발포 명령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내가 왜 책임이 있어?"라며 정색했는데, 백미는 "네가 좀 내줘라"는 답변이었다. "1000억 원이 넘는 추징금과 세금은 언제 납부할 거냐"는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의 물음에 그렇게 뻔뻔함과 여유, 비아냥으로 응수한 것이다. 알츠하이머를 앓는다는 이유로 재판 출석을 거부하던 때였다. 그날 그의 드라이버샷은 "호쾌했다"(임 부대표)고 한다.

멘탈갑의 삶은 화려하고 당당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죽어서는 아니다. 그 당당함이 거꾸로 영원히 풀리지 않을 역사의 멍에가 되고 말았다. 전 씨는 이제 용서받을 길이 없다. 사죄의 기회를 영영 잃어버렸다.병상에 누워서도 아들 재헌 씨를 통해 여러차례 사죄의 뜻을 밝힌 노 전 대통령과 극명하게 갈리는 대목이다. 역사는 쿠데타 동지인 두 전직 대통령을 다르게 기억할 것이다.

1997년 말 전 씨의 사면이 잘못된 결정이었음도 최종 확인됐다. 당시 사면의 명분은 '국민대화합'이었다. 그러나 전 씨는 내내 국민화합만 깨뜨리다 사과 한마디 없이 세상을 떴다. 저승에서 기다리던 YS와 DJ는 전 씨에게 무슨 얘길 할지 참으로 궁금하다.

▲ 류순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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