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1%시대 회복…제동 걸리는 '미친 집값'

경제 / 강혜영 / 2021-11-25 16:10:34
이주열 "긴축 전환 아닌 이례적 낮은 금리의 '정상화'…여전히 완화적"
금리인상, 고부채 국면서 경기 발목 잡나…"회복 제약할 수준 아냐"
가계부채·집값상승 억제 효과 기대속 "통화정책만으론 한계" 견해도
0%대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0.75%에서 0.25%포인트 올린 1.0%로 운용하기로 결정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의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당시 연 1.25% 수준인 기준금리를 0.75%로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고 이어 그해 5월에 0.25%포인트 더 내렸다.

이후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10월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가 이달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면서 0%대의 기준금리는 20개월 만에 다시 1%대로 올라섰다.

기준금리가 1%대를 회복한 것은 긴축으로의 전환이 아닌, 이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정상화시키는 과정이라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누차 강조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 금리 왜 올리냐, 지금 금리를 올리는 것은 긴축이 아니고 정상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했을 때 예상된 경기 침체 또는 충격이라는 위기에 대응해 이례적으로 낮췄던 것"이라며 "경제 상황이 개선되면 거기에 맞춰서 정상화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0%가 됐지만 성장, 물가 흐름에 비춰볼 때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앞으로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년 1분기 경제 상황에 달려 있겠지만 1분기 기준금리 인상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내년 초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상영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한은이 이번 기준금리 결정에서 비중 있게 고려한 요인은 무엇보다도 가계 대출 증가세와 자산 가격 상승세 등 금융불균형 누증이 꼽힌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은의 내년 물가 전망치 등을 감안하면 이번 금리 인상은 물가보다는 금융안정에 방점을 맞춘 조치로 풀이된다"면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등의 경기 상황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3%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은 2.0%, 2023년은 1.7%로 각각 제시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0%로 유지했다. 내년은 3.0%, 2023년은 2.5%로 전망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통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예금,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업이나 가계는 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고자 하는 유인을 갖게 된다. 은행도 높아진 이자 부담으로 대출자들이 돈을 갚지 못할 것을 우려해 대출에 더 신중해진다. 이에 따라 금융불균형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 

이주열 총재는 "금융불균형이 오랫동안 큰 폭으로 누적돼 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거시건전성 정책이 일관성 있게 계속 추진될 필요가 있으며 여기에 더해서 통화정책이 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정상화된다면 과도 차입에 의한 수익 추구 행위가 줄어드는 등 금융불균형 완화 효과가 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부채 증가세 억제의 실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으로 노리고 있는 주된 정책 목표는 가계 부채 증가의 억제인 것 같다"면서 "그런데 통화정책으로 웬만큼 해가지고는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효과가 있으려면 금리를 많이 올려야 하는데 단기간에 많이 올리게되면 자산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해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리 인상에 대한 부채증가율의 반응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자산수익률에 대한 기대가 금리 이외의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으므로 금리 인상만으로는 부채증가세를 단기간에 억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잡는 것은 금리 인상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시장은 공급이 중요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준금리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연 1.25%~1.75%까지 올라야 '정상화'된 수준이라고 봤다. 

이 밖에도 기준금리가 오르면 차입비용이 상승함에 따라 소비와 투자 수요가 축소돼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의 하락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일각에서는 민간 부채가 확대되는 지금과 같은 국면에는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금리가 동일한 폭으로 상승하더라도 이자 비용 부담이 더 크게 확대되기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 9월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대출잔액 및 변동금리부 비중을 활용해 시산한 결과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 규모 증가 폭이 2020년 말 대비 2조90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KDI는 최근 고부채 국면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경제성장률이 최대 0.15%포인트 하락해 저부채 국면(-0.08%포인트)보다 부정적 영향이 2배 정도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한은은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금융 여건이 여전히 완화적인 만큼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경기에 영향을 주지만 현재 금융,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인상으로 인해서 경기 회복이 제약받지 않을 것"이라며 "경기회복세를 크게 제약할 것 같으면 금통위원들이 고려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의 성장 물가 전망을 감안할 때 지금 기준금리 수준은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고 뒷받침하는 수준"이라 부연했다. 

이어 "재정 쪽에서 취약 가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어 민간소비 제약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최근 성장,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어 통화정책은 가만히만 있으면 완화 정도는 점점 더 커진다"면서 "이례적으로 낮은 금리를 너무 오래 끌고 가면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재차 강조했다. 

U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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