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부동산 광풍 속에서 바라본 '죄'와 구원

문화 / 조용호 / 2022-01-14 14:51:43
소설가 이순임 첫 장편 '녹색 목요일'
집 지어 파는 인물들 내세워 욕망의 민낯 드러내
누구도 선악의 경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숙명
"부동산이라는 재화도 덧없는 사랑 같은 유기체"
'거품요? 집값에 거품이라. 저도 동감입니다. 어떻게 일 년 만에 집값이 십억 오른 아파트가 있죠?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되면 강남 압구정은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을 거예요. 개포동 주공아파트 값 좀 보세요. 미쳤어요, 다들 올라도 웬만해야죠. 그리고 그 오른 집을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그거 못 사면 부자 그룹에서 낙오될세라 나오기 무섭게 싹싹 사들이죠. 사려는 사람은 있는데 시장에 물건이 없는 거예요. 불안 불안한 겁니다. 사기만 하면 돈이 되는 줄 알고 말이죠. 돈 버는 데 눈이 벌건 우리네 인간들의 자화상 같기도 합니다.'

▲부동산 광풍에 휩싸인 한국사회의 구체적인 현장을 보여주면서 개인과 사회의 '구원'을 모색한 소설가 이순임.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근년 한국사회를 욕망의 용광로 속으로 밀어넣은 부동산 광풍의 현장에 종사하는 인물의 발언이다. 작가 이순임의 첫 장편 '녹색 목요일'은 한국문학에서는 드물게 부동산으로 돈을 모으는 당사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한국사회 욕망의 민낯을 생생하게 드러내면서,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인 '죄'의 구원 가능성을 묻는다.

'추란'은 개발 여지가 있는 지역의 땅을 구입해 다세대 주택을 지어 분양하면서 부동산 거래의 현장에 서 있는 여성이다. '명원'은 추란과 함께 살면서 협업하는 인물. 이들은 각각 개인적인 죄의식에 시달린다. 명원은 두 번째 아내에게서 낳은 백일도 안 된 아이를 여자와 함께 떼어 내보낸 뒤 추란를 만났다. 추란 역시 한 번의 사랑과 이혼 끝에 어린 아들과 헤어진 여성. 두 남녀는 마냥 행복하지 못하다. 속 깊은 곳에는 아이들에 대한 죄의식이 깃들어 있고, 이 부채감은 나중에 부동산 광풍을 체험하고 급기야 용산 재개발지역 참사를 목도하면서 사회적 죄의식으로 확장된다. 이들에게도 예수가 죽음으로 가는 수난을 앞둔 마지막 목요일, 제자들 발을 씻기면서 용서를 해주는, 죄 지은 자들이 마지막으로 구원을 받을 수 있는 날인 '녹색 목요일'은 유효할까.

추란은 아비가 누구인지 모른다. 엄마는 막연하게 아버지가 로만칼라가 어울리는 성직자일지 모른다는 암시를 주었지만, 진실은 오리무중이다. 성직자였던 베드로는 엄마를 만나 성복을 벗고 함께 섬에서 살림을 꾸렸지만 가난 속에서 고통을 겪는다. 엄마는 섬의 선주 '허스크' 집에 가서 허드렛일을 하며 양식을 구하다 자본으로 상징되는 그 남자에게 추행을 당한다. 엄마는 추란이 베드로의 씨일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녀 자신도 확신하지 못한다.

자본으로 상징되는 존재 '허스크'의 파생인지, 성스러운 경지를 넘어서는 사랑의 결실인지는 여전히 애매하다. 추란은 선도 악도 아닌 경계의 존재라는 숙명을 처음부터 지니고 태어난 셈이다. 이는 욕망 덩어리이면서도 동시에 순수를 지향하는 인간이라는 복합적 존재에 대한 상징이기도 하다. 추란과 엄마의 생일을 똑같이 녹색 목요일로 설정한 것은 작가가 이들에게 부여하고 싶은 구원과 치유의 희망 때문이다. 이들이 목도하고 헤쳐나가는 욕망의 용광로를 더 들여다보자.


 '9시 뉴스에는 아비규환을 이루는 어느 부동산 사무실이 카메라에 잡히고 심지어는 수년간 적체되었던 물건들이 깡그리 팔려나가 붉은 줄이 죽죽 그어진 매매 장부가 클로즈업되기도 했다. 마치 떨이 물건을 파는 가게 앞에서 행여 물건 못 살 까 봐 안달 난 사람들처럼 앞사람 옷자락을 부여잡고 한 손을 치켜들며 소리 지르는 사람이 있지 않나, 등짝에 업히다시피 해서 매물 장부를 들여다보려는 사람까지 서로 밀리고 밀쳐 내는 꼴불견의 모습이 그대로 방송되었다.'

이들에게 집을 지어 파는 명원도 나름의 고충은 많다. 

'사업 벌이면서 우리 얼마나 힘들었어. 잘 알잖아? 돈을 버는 것도 아주 잠깐이라고 물 들어올 때 노젓는단 말도 있잖아. 돈도 벌릴 때 바짝 당겨서 벌어야 하는 거야. 나이 더 들면 돈도 안 붙어. 온갖 어려움과 괴로움 다 참고 견디면서 하는 일이야. 그게 다 뭐겠어? 두말 필요 없이 돈 벌자는 거잖아. 자금 달려 허둥지둥하고 월말에 기성해주느라 얼마나 애를 태웠어. 어디 그뿐이야? 일이 어긋날까 봐 조마조마하고, 현장에서 인명 사고 터져 그거 해결하느라 경찰서로 산재공단으로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담당 부서 건축과장에게 굽실굽실. 특검 나와봐, 현장에서 고개 조아리며 입에 고인 침도 맘대로 못 삼켰어. 고급 룸살롱에서 여자 데려다 놓고 마신 발렌타인 30년산만도 대체…… 골프백에 드라이버에 그거 사다 바친 것만 해도 웬만한 집 전세금 마련할 돈이라고……… 아휴, 그만해야지.'

명원과 추란이 이렇게 '고생'해가면서 돈을 버는 사이, 국가에서 개발지역으로 고시해 헐값에 사들인 땅에 살던 세입자들은 하루아침에 내쫓기게 되자 농성을 벌였다. 명원은 이들의 현장을 지나치면서 투덜거렸다. '보상해달라고 떼만 쓰면 된다, 떼만 쓰면 그저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심리가 지금 작용하고 있다고. 아무리 떼쓴다 해도 적정한 보상가를 정하면 더 이상 말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들든지 해야지 원. 허구한 날 지금까지 도대체 며칠째야.' 결국 국가가 땅장사를 하고 소수의 업자들이 특혜를 보는 구조 속에서 경찰이라는 공권력의 진입으로 농성 세입자들은 다섯 명이나 불에 타 죽었다.

'사람이 불에 타 비명을 지르고 있던 그즈음, 명원은 현금 뭉칫돈을 헤아리며 골프백 입구가 좁은 것을 탓하고 있었다. 현금 다발이 골프백에 켜켜이 쌓이는 만큼 자신도 모르게 죄의식이 불어나고 있다는 것을 명원은 그때는 몰랐다. …재 냄새가 오랫동안 가시지 않았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기약 없는 냄새였다. 억울하게 죽은 망루의 영혼 냄새이기도 했다. 영혼은 물에 젖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물을 뿌려대도 한강로의 재 냄새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아스팔트에는 마구 뿌려진 물로 질척댔다. 근처에 이르면 차바퀴의 속도는 늦춰지고 차창이 내려졌다. 버스에 탄 사람들이나 승용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 모두, 불에 그을린 건물을 보거나 재 냄새를 맡으며 그 앞을 지나갔다. 철거민들의 죽은 영혼이 차들의 바퀴를, 사람들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것 같았다.'

▲이순임은 "어떤 게 옳고 그르다는 편견을 떠나서 그 경계의 모호함이 어떤 진실을 지니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을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기실 이 참사와 직접 연관은 없지만 인근에서 땅을 사서 집을 지어 판 당사자들도 명원과 추란이다. 추란은 이 구조적인 거대한 욕망의 수레바퀴 속 비극을 직시하며 녹색 목요일의 구원을 꿈꾸는 셈이다. 추란이라는 문제적 인물을 빚어낸 이순임은 "모든 사람들은 대부분 부동산을 통하든 아니면 어떤 다른 수단을 통해서든 부를 축적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 욕망 쪽으로 가다 보면 비록 합법적이라고 하더라도 죄를 짓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그는 더 나아가 "누군가는 돈을 잃고 결과적으로 누군가는 빼앗게 되는 이 물고 물리는 욕망의 수레바퀴 속에서 치유와 구원을 모색하는 과정이 이 소설"이라고 말한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치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수만 명에 이르렀고 아파트 분양 붐도 크게 일었다. 브랜드 있는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새벽 댓바람부터 분양 사무실 앞에서 진을 치기도 했다. 이성을 잃고 광분해서 날뛰는 사람들을 보면 부동산 역시 꿈틀꿈틀 살아 있는 세포구나 싶었다. 명원이나 추란도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바로 군중 속에 섞여 있었으므로, 부동산이란 물적 재화 역시 사랑의 감정처럼 어느 순간 들떴다가 어느 순간 가라앉는 강력한 에너지의 유기체였던 것이다.'

추란은 부동산 광풍을 '사랑'에 견준다. 그만큼 사랑을 믿지 못하는 캐릭터다. 언제 사그라들지 모를 덧없는 욕망의 장난이 사랑인 셈이다. 아무리 깊은 죄의 구렁텅이에 굴러 떨어진 이라도 구원받을 가능성이 남아 있는 '녹색 목요일'이란, 추란에게 인간 깊숙한 곳에 남아 있을지 모를 영성을 회복할 간절한 사랑의 날인 것이다.

UPI뉴스 /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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