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직설] 민주당 체면 살려준 이상민 의원

정치 / UPI뉴스 / 2022-01-10 15:07:29
쓴소리 사라진 민주당…당대표 송영길도 나서서 '이재명 찬가' 열창
당게시판 폐쇄 비판 등 민주주의 체화 애쓰는 이상민, 민주당의 은인
이상한 일이다. 한때 분열은 민주당의 트레이드 마크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젠 분열은 국민의힘이 도맡아 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좋게 말하면 '단합', 안 좋게 말하면 '군대조직과 같은 상명하복'을 자랑하는 정당이 되었으니 말이다.

나는 이게 골수 팬덤의 규모 차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디지털 혁명은 팬덤에게 사실상 정당을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을 주었던 바, 민주당이 규모가 크고 동질성이 강한 팬덤의 영향권 하에 놓이면서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게 어렵게 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한동안 언론이 즐겨 쓰던 말이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였다. 이견을 드러내는 게 쉽지 않았던 민주당 풍토에서 용감하게 소신껏 쓴소리를 냈던 4인방을 부르는 말이었다. 그러나 금태섭은 사실상 팬덤에 의해 민주당에서 쫓겨났고, 조응천과 박용진은 이재명 선대위 체제로 흡수되었고, 김해영은 원외라는 한계 때문에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조금박해가 사라진 민주당은 대선 시즌을 맞아 대선 후보 이재명을 띄우는 이른바 '재명학'의 학숙이 되고 말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재명학'의 교재인 <인간 이재명>을 읽은 독후감을 SNS에 올리기 바쁜 가운데 '이재명 찬가'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고 있다.

한동안 내부 이전투구에 목숨을 건 듯이 보였던 국민의힘과 비교해서 보자면, 박수를 쳐도 좋을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거대 양당 체제에서 어느 한 당의 지리멸렬을 준거점으로 삼아 다른 한 당을 상대평가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 대한 염증과 짜증이 폭발 일보 직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민주당의 상명하복과 일사불란은 절대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해 11월 20일 이재명은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하루 전 "인물은 이재명이 나은데 민주당이 싫다는 분들이 꽤 있다"는 말을 했었기에 민주당보다는 자신을 부각시키는 게 선거에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한 말일 게다. 선의로 해석할 여지가 분명히 있긴 하지만, 문제는 여태까지 여당은 '대통령의 정당'이었으며, 바로 그게 제왕적 대통령제의 결정적 문제였다는 데에 있었다.

민주당 내부에서 부드럽게나마 한마디 나올 법도 한데 아무런 말이 없었다. 뒤늦게나마 딱 한 명 예외가 있었으니, 바로 5선 의원 이상민이었다. 그는 12월 15일 KBS라디오에서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이 되겠다고 해서 질겁을 했다"며 "이 후보는 당과 함께 의견이 조율되고 수렴되는 부분에 대해서 맞춰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당연한 말임에도 민주당에선 이런 이야기조차 하는 게 영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 당 대표인 송영길이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발 벗고 나섰으니 무슨 딴 이야길 할 수 있었겠는가. 송영길은 이재명의 발언 직후 시·도당 및 지역위원회 핵심당원을 대상으로 '이재명 알리기' 교육을 하라며 사실상 '재명학 열풍'을 불러 일으킨 장본인이 아니었던가.

송영길의 재명학 실천은 점입가경이었다. 그는 12월 23일 이재명의 음주운전과 검사사칭 전과에 대해 "다 공익적 활동을 뛰다가 그렇게 된 것"이라고 옹호했다. 이런 이상한 주장에 대해서조차 민주당 내에선 아무런 말이 없었지만, 이상민은 침묵하지 않았다.

이상민은 12월 29일 "송 대표의 (이재명 옹호) 발언은 대표의 체통을 지키지 못한 지나친 발언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며, 국민에게 희화화될 게 뻔해 이재명 후보에게 도움이 아니라 피해를 줄 것"이라며 "(송 대표는) 이럴 때일수록 평정심을 갖고 본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게 이 후보와 당을 돕는 것"이라고 했다.

2022년 1월 3일 민주당이 당원 간 갈등 유발을 이유로 잠정 폐쇄했던 온라인 당원 게시판을 다시 열면서 그동안 익명으로 운영했던 시스템을 '실명제'로 전환했다. 이에 이상민은 "당원 게시판은 당원들 사이의 소통의 공간이며 활성화가 기본으로서 무엇이든 주저하지 않고 거침없이 쏟아낼 수 있어야 한다"며 "툭하면 게시판을 폐쇄하는 것은 매우 반민주적일 뿐 아니라 파괴적이며 비겁하다"고 했다.

그간 친문 당원들의 문자 폭탄 등에 시달려 왔던 이상민이 이런 말을 하다니, 놀랍기까지 하다. 그는 지난 5월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요즘 문자가 들어오면 직접 답장도 하고 전화 걸어서 설명도 한다. 내가 너무 길게 얘기를 해 전화를 끊으려는 분도 있다(웃음)"고 했다. 배포도 대단하다. 아니 철학의 문제일 게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민주주의는 생활양식을 가리킵니다. 이른바 '86'세대를 비롯한 우리 당과 이 정권의 주축 인사들은 독재에 항거하며 민주주의를 외쳤지만 실제 그 이후 삶의 방식을 보면 민주주의가 체화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화를 위해 애쓰는 이상민이야말로 민주당의 체면을 지켜준 은인이다. 이 글에선 최근의 쓴소리만 소개했을 뿐 이상민의 주옥같은 쓴소리 명언들은 무수히 많다. 나는 그가 민주당을 넘어서 한국 정당들의 민주주의 체화를 위해 나중에 국회의장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철학과 신념과 배포에 의해 국회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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