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아티스트와 음악이 만나다

문화 / 이성봉 / 2022-01-10 17:45:00
[UPI뉴스 인터뷰] 'ACEP 2022' 음악 만든 이건희 작곡가 
한국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의 특별초대전 'ACEP 2022'(주관 비채아트뮤지엄)가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지난 8일 개막했다.

국내 발달장애 아티스트 43명의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의 부제는 'Getting Close'이다. Getting Close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거리를 가깝게 하는 것과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멀어진 사람들이 다시 가까워지기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건희 작곡가 [이성봉 기자]

이번 전시는 특히 음악과 만나는 기회도 마련돼 관심을 끌고 있다. 발달장애인들의 특별한 그림에 걸맞은 웅숭깊은 음악이 전시장 전체에 은은하게 흘러나오면서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 잡고 있는 것이다. 그림과 음악의 독특한 콜라보 작업에 참여한 이건희 작곡가를 UPI뉴스가 지난 7일 만났다. 

프리뷰 행사가 열린 이날 전시장 로비에서 만난 이 작곡가는 갓 대학을 졸업한 20대로 발랄하고 앳된 모습이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을까?

"그동안 영화음악을 주로 작곡했는데 지난해 예술/기술 융·복합 전시와 연극이 어우러진 행사 'Ami-Q/2021'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전시와 연극 쇼케이스가 결합한 이벤트를 음악으로 아우르는 작업이었는데 당시 특별한 경험이 이번 작업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번엔 발달장애인들의 수준 높은 그림에서 나름대로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고 저의 작곡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려 준 뜻깊은 행사로 생각된다."

이렇게 겸손한 설명과 달리 그의 이력은 그 나이대에서 드물 만큼 다양하다. "어릴 때 피아노를 쳤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확고하게 실용음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그는 이후 백제예술대에서 실용음악을 공부하고 미국 버클리 음대에서도 작곡과 영화음악을 전공했다. 4년 장학생으로 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인턴쉽을 거쳐 미디어 음악작곡가의 어시스턴트와 재즈클럽에서 피아노 연주자로도 활동했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급거 귀국해 영화, 연극, 광고 음악 등에 참여했다고 한다. 

지난해 베를린국제예술영화제 본선경쟁 수상작인 이창열 감독의 장편영화 '그대 어이가리'에 공동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영화음악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의 첫 국내 작업이 국제영화제의 본선경쟁부문에서 수상하면서 그는 뿌듯함을 넘어 짜릿한 느낌을 맛봤다. 미국에서 치열한 활동이 가져다 준 첫 번째 결실인 셈이다.

이어 지난해 김정인 감독의 단편영화 '온택트(Ontact)'에도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는데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돼 주목을 받았다. 이 작곡가는 귀국 후 2년도 안된 시간 동안 장편 2편, 단편 3편, 연극 및 융복합 장르 2편, 광고 음악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19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영화 제작이 취소되거나 미뤄지고 음악 작업도 덩달아 직격탄을 맞으면서 시간이 갈수록 현장의 어려움을 그는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이번 발달장애 아티스트 특별전의 음악 작업은 이 작곡가에겐 각별하다. 

"평소 영화의 음악 작업을 할 때는 감독과 얘기하며 영감을 얻는다. 평소 분석 작업을 오래 하는 데 이번에는 색깔이나 정서를 통해 영감을 얻고자 했다. 곡을 화자 입장에서 오래 생각해 봤다. 음악적으로 전시 작품들이 표현하는 색채, 그림이지만 눈으로도 느낄 수 있는 역동성 등 작품에서 직관적으로 느꼈던 것들이 음악에서 그대로 표현되도록 작업했다. 작업 방식으로는, 작품을 관람하며 테마를 들었을 때 더욱 몰입될 수 있도록, 마치 테마가 그림의 한 부분처럼 연출되는 것을 생각해 미디어 아트 작업처럼 접근했다. 단편적으로는 평면적인 전시이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이어서 가져가려 했다."   

▲이건희 작곡가 [이성봉 기자]

발달장애 아티스트와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과 관련해 그동안 같이 작업한 적은 없었지만 이번 작업을 통해 느낀 바가 많다고 그는 말한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은 함께 살고 있다.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가 격리되고 배제되지 않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음악작업으로 이번 주제(Getting Close)에 목소리를 더해 본다. 이번에 함께 한 아티스트들은 직접 만나진 못해도 작품을 통해 교감할 수 있었다. 이들의 작품에서 예술에 대한 열정과 순수함을 느낄 수 있었고 강렬한 역동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2층에서 열리고 있는 'ACEP 2022 붓으로 틀을 깨다Ⅱ…한국 발달장애 아티스트 특별초대전'은 오는 23일까지 계속된다.  

UPI뉴스 / 이성봉 기자 sblee@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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